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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栗谷)이이(李珥), 자수(自修)의 길

淸潭 2016. 6. 5. 10:34


율곡(栗谷)이이(李珥), 자수(自修)의 길


 


 



나의 생질 홍석윤(洪錫胤)이 저의 어머니를 뵙기 위하여 떠나려 할 적에 나를 찾아와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석윤 : 제가 학문을 하고자 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뜻이 굳건히 서지 못하여 공부에는 전념하지 않고 하는 일 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경계될 만한 말씀을 주시면 써서 벽에 붙여 놓고 아침저녁으로 보며 저의 게으름을 채찍질하겠습니다.


율곡 : 옥은 쪼아내지 않으면 그릇을 만들 수 없고 사람은 배우지 않으면 도리를 알지 못한다. 도리를 알지 못하면 사람이 될 수 없으니, 명색이 선비이면서 학문을 하지 않는 자들은 모두 금수(禽獸) 되기를 꺼리지 않는 것이다. 이미 금수 되기를 꺼리지 않는다면 벽에 경계의 말을 붙여 놓더라도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석윤 : 원래 배우고자 하지 않는 자에게는 경계의 말이 소용 없겠지만, 배우고자 하나 뜻이 굳지 못하여 학문이 잘 되지 않는 자는 경계의 말을 듣거나 보면 분발할 수 있습니다.


율곡 : 그렇다. 사람에게는 병이 두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혈기(血氣)의 병이고 하나는 지기(志氣)의 병이다. 혈기의 병은 의원에게 묻고 약을 구하여 외물(外物)로써 치료할 수 있고, 지기의 병은 자각하고 자수(自修)하여 내심으로 치료할 수 있다. 외물로써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그 권한이 남에게 있고 내심으로 치료할 수 있는 것은 그 권한이 나에게 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권한이 남에게 있는 혈기의 병은 치료하려 하면서 권한이 나에게 있는 지기의 병은 조금도 고치려고 노력하지 않으니 괴이한 일이다.


 


성심(誠心)으로 몸을 닦고자 한다면 게으름의 병은 근면으로써 치료하고, 욕심의 병은 도리를 잘 따름으로써 치료하고, 몸을 단속함이 엄격하지 못한 병은 장엄(莊嚴)과 정중(鄭重)으로써 치료하고, 생각이 산란한 병은 마음을 한 군데 집중하여 잡념을 없애는 주일(主一)로써 치료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내 몸에 있는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약을 밖에서 구하지 않아도 치료하지 못할 병이 없는데 어찌 학문이 이루어지지 않을 염려가 있겠느냐.


 


석윤 : 몸을 지키는 중요한 말을 해 주십시오.


율곡 : 집안에 들어와서는 효도하고 밖에 나가서는 공경하며, 글을 읽어 사리를 연구하는 궁리(窮理)를 돕고 선을 행하여 사욕(邪慾)을 버리고 본래의 성품으로 돌아가기를 구하며, 고요히 있을 때는 생각을 한 곳에 모아 잡념을 없애는 경()으로써 마음을 곧게 하고 움직일 때에는 사물을 헤아려 사리에 알맞게 하는 의()로써 몸가짐을 방정하게 하며, 지신을 채찍질하는 데는 용맹스럽게 하고 몸을 지키는 데는 끈기 있게 계속하여라. 내가 너에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 뿐이다.


대화를 마치고 이 말을 써서 그에게 주었다.




이이(李珥) : ()는 숙헌(叔獻), 호는 율곡(栗谷), 본관은 덕수(德水). 조선 중기의 유현(儒賢), 퇴계(退溪) 이황(李滉)과 쌍벽을 이루는 성리학자로서 퇴계의 이기이원론(理氣二元論)을 배척하고 기발이승(氣發理乘), 이통기국(理通器局)을 주장하였다. 그는 사변철학(思辯哲學)의 범주를 벗어나서 민 문제와 직결하는 십만양병(十萬養兵), 대동법(大同法), 사창(社倉), 향약(鄕約) 등의 실시에 노력하는 실천철학(實踐哲學)에 주력하였다. 이 글은 그의 생질을 경계한 글로 원제는 [贈洪甥錫胤說]이다. <栗谷全書>


 


역자/신승운


 


 


가져온 곳 : 
카페 >漢詩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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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戒溢|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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