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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A의 문제아닌가?

淸潭 2016. 6. 4. 10:44

DNA의 문제아닌가?

 

사람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유전이냐 환경이냐 하는 문제는 간단하게 결론이 얻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부모가 머리가 좋아서 공부를 잘 하면 그 아이들도 자연 머리도 좋고 성적도 우수하다는 것이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소리 방송>으로 한때 명성이 자자하던 황재경 목사는 총각시절에 사귀던 여성들이 많이 있었지만 막상 장가를 들어야 할 단계에 이르러서는 이화여전의 학적과를 찾아가 성적을 알아보고 성적이 제일 좋은 처녀를 점찍었다는 말을 들을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속담은 집안이 가난하고 부모도 초라하지만 아들‧딸이 대단하게 출세하는 집안이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생긴 속담인 것 같습니다. 정승 가문에서 정승이 나오는 반면에 남의 가게에 머슴으로 들어갔다가 그 가게의 주인이 되는 경우도 간혹 있으니, 어떻다고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국 천자 주원장이 거지처럼 살던 그 시절에 그가 명나라 태조가 되리라고 누가 짐작이나 했겠습니까?

이런 문제를 가지고 야단법석을 하던 나라가 (구)소련이었습니다. 스탈린에게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르친 사이비 생물학자가 있어서, 스탈린은 이 사람의 학설을 신봉한 나머지 유전학 연구를 전면 중지토록 하였습니다. 베리야예프 같은 유명한 학자도 연구소의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그 독재자가 1953년 죽은 뒤에야 유전학 연구를 속개하여 학계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는데 그가 실험용으로 쓴 동물은 ‘여우’였습니다.

그는 순한 여우만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그런 여우만 골라서 암놈‧수놈이 교미하게 하여 우선 1대로부터 50대까지 끼리끼리만 짝을 짓게 하였더니 50번째에는 모든 새끼의 50%가 순한 여우가 나왔답니다. 100번째에는 아마도 100%가, “물지도 않고 으르렁거리지도 않고 할퀴지도 않는” 얌전한 여우 새끼만 태어나게 되겠지요.

유전자란 없는 것이니, 공산당이 “하면 된다”는 이론 아닌 이론으로 스탈린의 비위를 맞추던 그 사이비 학자의 권유를 따라 보리농사를 개혁적으로 했다가 농사가 망해서 낭패를 보기도 하였답니다. 유전자의 개량은 가능해도 DNA를 무시하는 처사는 모두 실패하게 마련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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