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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면

淸潭 2016. 6. 1. 10:10

새벽에 일어나면

 

일이 많아서 늘 고단한 탓인지 현대인은 늦잠 자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옛날 조상이 농경사회에 살던 시절에는 농사일이 바쁘니까 아빠도 엄마도 아이들도 일찍 일어나야 밭도 갈고 씨도 뿌리고 김도 매고 추수도 제때에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동창이 밝았느냐?”고 물음과 동시에 벌떡 일어나 ‘재 넘어 사래 긴 밭을’ 갈아야만 했을 겁니다.

내 친구 중에 저명한 신학자 안병무가 있었습니다. 이 사람도 대학 교수였는데, 매일 한밤중에 공부를 시작하여 새벽까지 하고 잠자리에 들면 아침 내내 잠을 자야만 했기 때문에 그의 강의는 오전 중엔 없었고 오후가 돼야만 가능했습니다. 그는 매우 예외적인 인물이었습니다.

야근을 하고 새벽에 집에 돌아온 사람은 대개 잠자리에 들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보통사람들에게 “당신은 꼭두새벽에 눈을 뜨면 맨 먼저 하는 일이 무엇인가?”라고 물으면 매우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 같습니다.

국내외에서 지금도 존경을 받는 일본의 기독교 사상가 우찌무라 칸조(1851~1910)는 새벽에 일어나면 맨 먼저 조간신문부터 본다고 하였습니다. 그는 잡지사를 하나 경영했던 탓에 시사문제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보통 크리스천은 아마도 그런 물음에 대해, “성서를 본다”라고 대답할 것이 뻔합니다.

그러나 신‧구약 <성서> 66권(39+27)을 앞에 놓고 매일 새벽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읽는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좌절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영어로 된 기도서 < Daily Light >를 매일 새벽 읽었는데 이 책에는 날마다 읽게 돼 있는 <성서> 몇 마디만 적혀 있어서 여행갈 때 갖고 다니기도 쉬워 나는 그 기도서를 엮은 영국인 Smnuel Bagster(1772~1851)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나 혼자만 읽기가 미안해서 두란노서원에 내 뜻을 전했더니 금년 정월 초하루부터 누구나 읽을 수 있도록 우리말로 <말씀 읽는 아침>이 되어 우리들에게 전달이 되었습니다. 그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우리나라의 신학자 한철하 박사는 만년에 입자물리학(Particle Physics)에 심취되어 새벽마다 일어나면 그 생각만 하며, ‘우주창조의 비밀’을 풀어보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일본 나고야 대학의 마스가와 교수는 그 연구로 2008년 Novel 물리학상을 받았다는데 새벽에 일어나서 그는 매일 ‘소입자 우주기원론’을 생각하다 마침내 그 유명한 상을 탔지만 그보다 30년 전에 이미 그 논문을 작성하였답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그대는 무슨 일을 먼저 하는가?” 오늘 새벽에 일어나 90 노인이 된 나 김동길은 젊은 후배들에게 이 질문을 던져봅니다. “무슨 일부터 먼저 하였느냐?”라는 이 질문을!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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