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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원수는?

淸潭 2016. 5. 26. 10:53

우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원수는?

 

핵무기를 만들어 가지고 남쪽에 사는 우리들만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해 공갈과 협박을 일삼는 고약한 인간이 북에 살고 있습니다. 그 자는 명실 공히 독재자인데 얼마나 잔인한 독재자인가 하면, 자기의 고모부(姑母夫)에게 엉뚱한 죄목을 뒤집어 씌워 기관총 둘러 쏴 죽인 다음 그 시신에 기름을 부어 흔적도 없이 태워버렸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늘과 사람이 함께 분노할 만큼 악질적인 인간이 아직도 한 사람 살아있는데 이 자가 바로 그런 자입니다. 그런데 그런 악질분자가 핵무기를 갖고 있다면 걱정을 안 할 사람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핵무기는 무수한 사람의 재산과 목숨을 앗아갈 가공할 파괴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 가공할 핵무기를 써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왜냐하면, 제가 죽을 각오를 하기 전에는 쓸 수 없는 무기가 핵무기입니다. 핵무기를 쓰면 틀림없이 핵무기로 보복이 있을 것인데 그렇게 되면 다 죽어야 한다는 것이 뻔 한 이치입니다. 역사를 보면 저 만이라도 살아 보겠다고 도망을 가거나 숨어버리지 않은 독재자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무서운 인간의 적은 독재자도 아니고 핵무기도 아닙니다. 영국의 역사가 Thomas Carlyle(1795~1881)은 “Man is a born-enemy to lies”라는 유명한 한 마디를 남겼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거짓과는 원수라는 뜻입니다. 사람의 한평생에 있어서 가장 무서운 적이 사람이 아니요 ‘거짓말’이라는 일종의 ‘폭탄선언’입니다.

학생은 자기를 위해, 좀 더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부정행위(cunning)를 합니다. 그러면 학생의 자격은 상실하는 겁니다. 교수들 중에는 자기를 좋은 학자처럼 보이게 하려는 이기적 욕심 때문에 남의 글을 표절하여 논문을 썼다가 걸려서 교수직을 물러나야 하기도 합니다. ‘거짓’은 인간의 삶에 보탬이 되지 않고 오히려 인간 자체를 병신을 만듭니다. 파멸시키기도 합니다. 정말 무서운 원수라고 하겠습니다.

정치인은 한 표라도 더 얻으려고 거짓말과 허망한 공약을 늘어놓습니다. 장사꾼은 한 푼이라도 더 벌기위해 저울눈을 속입니다. 그렇게 해서 당선이 되면 뭘 하고 그렇게 해서 큰돈을 벌면 무엇 할 것입니까? 그렇게 한다고 대통령이 될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한다고 재벌이 되는 것도 아닐 텐데!

우리가 가야할 길은 우리 앞에 분명히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도 거기에 있습니다.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라고 하고 싶거든 먼저 이 원수부터 소탕해야 합니다. 그 괴물의 이름은 ‘거짓’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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