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비결이 있는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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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90이 다 되기까지 건강하게 사는 노인인지라 나를 만나서 건강의 비결을 묻는 후배들이 많습니다. 나는 매번 웃으면서 “없다”고 대답합니다. 저명한 화가 김병기 화백의 백세를 축하하는 잔치를 베풀었으나 나는 그 어른에게 ‘건강의 비결’을 묻지 않았습니다. 왜? 건강한 사람에게 건강의 비결이 따로 없다는 걸 내가 알기 때문에. 우선, 건강은 타고 나는 것이라는 사실부터 밝히는 내 말을 계속하겠습니다. 부모가, 건강한 신체를 가진 아들이나 딸을 낳아 장성할 때까지 잘 키워줘도 제가 방탕하여 술독에 빠지거나 주색잡기로 신세를 망치거나 또는 마약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여 아편쟁이가 되는 그런 인간들이 있는데 그들은 건강을 서로 의논할 상태가 못 됩니다. 노력으로 건강해진 사람들을 가끔 만나게 되지만 극소수이고, 그들도 허약한 사람들 못지않게 건강에 대하여는 자신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민망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인명재천’이라하여 “사람의 목숨이 하늘에 달렸다”는 말이 있는데 결국 사람의 건강도 사람의 목숨이나 마찬가지로 마음대로는 안 된다고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인가, 그걸 빨리 알아내고 그 길을 속히 선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처사라고 여겨집니다. 어떤 일도 무리하게 해선 안 됩니다. 심지어 공부도 그렇습니다. 1등, 2등 하겠다고 마음먹는 자체가 힘에 겨운 무리한 일이어서 건강과 행복을 동시에 잃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하늘의 뜻에 순종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하늘의 뜻을 거스르는 부도덕한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에 일어나는 모든 일이 일견 복잡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단순하고, 무척 어렵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쉽습니다. 나는 특정한 종교를 두둔하기 위해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내가 아는 종교가 기독교뿐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한다고 믿어주십시오. 나는 인간의 건강한 삶과 행복한 죽음을 위해서는 기도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내 주여 뜻대로 행하시옵소서 온 맘과 영혼을 다 주께 드리니 이 세상 고락간 주 인도하시고 날 주관하셔서 뜻대로 하소서(찬송가 431) 이 찬송이 나의 찬송인 동시에 나의 기도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건강의 비결 아닌 비결입니다. 나는 건강하게 살다가 건강하게 죽을 수 있는 은혜를 간구할 뿐입니다. 김동길 www.kimdonggil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