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시인 김병연(金炳淵)에 관한 설화. 김삿갓으로 더 잘 알려진 김병연이 전국을 방랑하며 기이한 행동을 하였다는 설화로, 불우한 시인을 주인공으로 하고, 글재주 시합을 기본 내용으로 하는 인물전설의 대표적인 예이다.
당대의 기사, 후대에 편찬된 ≪김립시집 金笠詩集≫에 설화가 실려 있으며, 오늘날까지 구전되는 설화도 적지 않다. 이 세 가지 자료는 사실에 가까운 견문에서 설화적인 창작으로의 단계적인 변모를 나타낸다.
황오(黃五)의 〈김사립전 金莎笠傳〉, 신석우(申錫愚)의 〈기김대립사 記金獗笠事〉 등 당대의 기사에서는 김삿갓이 걸인 행색을 하고 방랑하는 몰락 양반으로서 비분강개도 하고, 미친 사람인 듯하기도 하고, 우스갯소리도 잘한다고 하였다. 인물과 시에 대한 소개에 치중하였고, 지어낸 이야기라고 생각되는 것은 싣지 않았다.
1939년 이래로 여러 차례 편찬된 ≪김립시집≫에서는 생애를 소개하는 데 이어서, 김삿갓이 시를 지은 일화를 여럿 들었다. 어디를 가나 천대를 하기에 시를 지어 서당 훈장·절간 승려, 환갑잔치를 하는 노인 등을 우롱하였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그래서 지었다는 시는 김삿갓 자신의 작품이라는 보장이 없고, 설화와 함께 창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설화는 장난 같은 시로 글재주 시합하는 데서 흥미를 찾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오늘날 구전되고 있는 김삿갓설화는 사실에서 더욱 벗어나 글재주 시합의 묘미를 가장 잘 나타낸다. 산사의 승려와 시합을 하는데 사실은 승려가 시를 더 잘 지었지만 김삿갓은 재치가 뛰어나 상대방을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한다.
김삿갓은 글이 모자라면서도 적당하게 얼버무리는 재주로 크게 행세하며 다녔다고도 한다. 한 번은 산에서 나물 캐는 여자를 희롱하다가 그 여자가 시로 반격을 하는 통에 혼이 났다는 이야기도 있다.
구전설화에는 글재주 시합을 실력이 아닌 재치 경쟁으로 꾸미고, 김삿갓을 능가하는 재치를 가진 사람이 김삿갓보다 지체가 낮은 쪽에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은 겉보기로 판단할 수 없다는 생각을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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