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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談] 飛上下 飛上下 飛飛上上下

淸潭 2015. 11. 13. 11:15

잠부침 잠잠부부침, 비상하 비비상상하

 

 

옛날에 어느 땐동 중국에서 사신이 나온다 그래. 그런 걸 조정에서 미리 알았지. 중국서 사신이 나오만 아주 조선을 업수이 여기고 구찮게 군단 말이래. 나라에서는 이늠을 대접하느라 대신들이 일을 못해. 그리이(그러니) 이늠 사신이 안 나오고 도로 중국으로 드갔부만(들어가버리면) 좋지. 중국서 조선으로 나올라만(나오려면) 배를 타고 압록강을 건네야 되는데, 강을 건네기 전에 요놈을 배에서 고만 돌려보내는게 상수라.

 

중국 사신이란 놈이 아주 문장인데, 딴 일로 오는게 아이라, ‘조선에도 문장이 있나?’ 또 ‘조선에도 인재가 있나?’ 염탐하러 나오는게래. 그르이 조정에서는 이늠을 상대할 만한 문장을 뱃사공으로 내보내가주 기를 꺾어 놔야, 조선에 넘어와서 행패를 못 부린단 말이지. 말하자문 문장이 누구누구고 뭐, 누가 글이 좋고 뭐, 그래 모도 의논을 했어. 그래 공론이 벌어졌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 누가 중국 문장을 상대해가주고 제압을 하겠노 말이지. 그래 누구를 보내야 상대를 해낼 지 의견이 분분한데, 성이 차씨고 호가 오산(五山)이란 사람이 자진해서 나섰어. 자기가 뱃사공 노릇을 하겠다고 나선 거야. 이 사람은 눈이 한 쪽이 찌울딱한게 외모는 시원찮지만 글 재주는 있었던 모양이래. 사실은 글재주가 문제가 아니라 배짱이 더 문젠데, 글깨나 한다는 문장들도 중국 사신을 두렵게 여기니까 아무도 나설 사람이 없지. 차오산이는 배짱이 두둑한 사람이라.

 

명나라 사신이 조선 문장하고 대결할려고 건너오는데, 차오산이가 일부러 압록강 가서 뱃사공 노릇을 하지 않았겠어? 사신이 배를 타고 이래 사공을 보더니, 뱃사공 눈이 하나 흿그떡한 걸 알고 희롱을 하그덩.

“오탁정장목(烏啄亭長目)이로군!” 거 옛날에는 뱃사공을 정장’이라고 했어.

‘까마귀가 뱃사공 눈을 쪼아 먹었부렀군!’ 그런단 말이지. 애꾸눈을 한 뱃사공을 놀리는 말이그덩.

차오산이 배를 젓다가 그넘 사신을 힐끗 보니깐 이 자식은 코가 약간 삐뚤어졌더래.

“풍취상사비(風吹上使鼻)라!”

‘바람이 사신의 코를 비뚤게 불었네!’ 그러고 화답을 한단 말이지.

 

이늠이 가만 들어보이 가당찮그덩. 애꾸눈을 희롱했다가 코 삐뚠 걸 들켰단 말이야. ‘아차!’ 그러고 있는데, 어디서 피리부는 소리가 들리그덩. 그러니깐 사신이 하는 말이,

“취적고죽가(吹笛枯竹歌)라!”

‘피리를 부니깐 마른 대가 노래를 하드라!’ 그러그덩. 피리가 그게 마른 대나무지. 글귀가 그럴듯 하그덩. 마침 어디서 또 북을 치더래. 그러니깐 차오산이는 북소리를 듣고서,

“격고우피명(擊鼓牛皮鳴)이라!”

‘북을 치니깐 쇠가죽이 울더라.’이래 대꾸를 했다. 대가 꼭 됐단 말이지. 압록강 복판에 오니깐드루 그놈의 오리들이 괴기 잡어 먹을라구 물 속에 자멱질을 하면서 올라갔다 내려갔다가 그러니깐, 아 이 대국 사신이 뭐라고 하는고 하니,

“잠부침 잠부침 잠잠부부침(潛浮沈 潛浮沈 潛潛浮浮沈) 강상규어지구(江上窺魚之鳩)요.”

‘잠부침, 잠겼다가 떴다가 잠겼다, 잠부침, 또 잠겼다가 떴다가 잠겼다, 잠잠부부침, 들어가고 들어가고 떴다 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말하자면 강 위에서 고기를 엿보는 오리더라!’ 이 말이라.

그래 가만히 보니깐 나비가 나는데 이 놈의 나비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이러그던. 그래 차오산이가,

“비상하 비상하 비비상상하(飛上下 飛上下 飛飛上上下) 산간탐화지접(山間探花之蝶)이더라.”

‘날라가다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또 날라가고, …… 산간에 꽃을 탐하는 나비더라.’ 카그덩. 어디 흠잡을 데가 없어. 글귀가 꼭 맞단 말이래.

 

중국 사신이 가만 생각하니, 보고 듣고 하는 것 가주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천위일월성신국(天爲日月星辰國)이요.”

‘하늘은 해와 달과 성신의 나라요’ 그랬어. 하늘에 해와 달과 별이 달렸으니, 일월성신 나라라 그 말이야. 그러니깐 차오산이 금방 되받아서,

“지재강산초목거(地載江山草木車)라.”

‘땅은 강산과 초목을 싣는 수레가 됐더라!’

그래 화답을 했단 말이야. 그러니깐 그 사신이 기겁을 하구서,

‘저 뱃사공이 저럴 적이면 다른 놈들은 더 말할 것두 없다구!’ 그러고는 도루 중국으로 건네갔다는 그런 사실도 있어.

 

나라를 태평하게 하는 이야기꾼 ‘안평국’

이 이야기는 경기도 여주읍 상리에서 15년 전에 서대석 교수가 수집한 것이다. 당시에 여든세 살이나 되는 안평국(安平國) 할아버지가 방바닥에 손가락으로 한시를 직접 써가며 들려준 이야기이다. 나라를 태평하게 한다는 이야기꾼의 이름에 걸맞게, 우리나라를 여러 모로 괴롭히는 중국 사신들을 문장과 기지로 상대하여 떳떳하게 제압하는 이야기를 즐겨 했다. 이 할아버지는 여주보통학교를 졸업했고 자유당 시절에 읍의원에 선출되어 2대를 계속해서 읍의원 노릇을 하였으며, 현재는 여주읍 상리 경로당 일을 관장하고 있는 마을 유지이다.

 

젊었을 때에는 큰 상회 주인에게 고용되어 상업에 종사하기도 하고, 서울 원각사에서 공연하는 신극 구경을 하고 와서 마을 아주머니들을 모아놓고 신극 흉내를 내어 좌중을 웃기기도 하였다. 마을 어른들은 신극을 퍼뜨린 소문을 듣고서 ‘잡놈’이라고 역정을 냈다고 한다. 하는 일이 상업이어서 토박이 농사꾼들보다 신문명을 만날 기회가 많았으며 또 그의 열린 생각이 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83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타고 다녔으며, 이야기를 남달리 즐겨했다. 신극을 흉내내어 마을 사람들에게 소개할 정도로 총기도 남달랐다. 한 번 듣고 본 것은 잊어버리는 일이 없다고 자부하였다. 위 이야기에서도 드러나듯이 어려운 한시를 주고 받는 내용이지만 막힘없이 조리있게 이야기를 구연했다. 경로당에서 아무도 이야기판에 끼여들지 않은 채 혼자 60편의 이야기를 내리 할 정도이다.

 

출처: http://limjh.andong.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