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나라 북방 미개민족의 시조에 관한 설화. 본래 개와 사람 사이에서 태어나서 그 후손을 오랑캐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신이담(神異譚) 중 변신담(變身譚)에 속하며, 구전자료는 드문 편이다.
한 재상이 얇은 껍질로 된 북을 만들어 이 북을 찢지 않고 소리를 내는 사람을 사위로 삼겠다 했으나, 아무도 북이 찢어질까봐 치지를 못하였다. 하루는 북소리가 들려 가보니 개가 꼬리로 북을 치고 있었다. 재상은 할 수 없이 그 개를 딸과 혼인시켰다.
개는 밤마다 딸을 핥고 물고 할켜서 괴로움을 참다 못한 딸은 개의 네 발목과 입에 각기 주머니를 씌웠다. 그래서 이 개는 ‘오낭(五囊)을 낀 개〔狗〕’가 되고 말았다. 그 개와 딸은 자식을 낳자 북쪽으로 쫓겨나 후손을 퍼뜨렸다. 그 뒤 오랑구가 오랑캐로 변하여 북쪽에 사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설화이다.
개가 중국 황제의 사위가 되었다고 설정한 간도지방 만주인들의 시조설화는 남자가 낮에는 개가 되고, 밤에는 사람으로 변하는데, 남자가 사람으로 변하는 장면을 아내가 엿보게 되었다.
그 뒤부터는 영원히 개의 탈을 벗지 못하고, 머리부분이 개로 남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지금의 만주인은 머리 위에 긴머리를 남기어 선조의 형적(形迹)을 간직한다고 하여 장발(長髮)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반호전설 盤瓠傳說〉로도 알려진 〈견용국(犬用國)시조설화〉는 중국 고신씨(高辛氏)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올량합(兀良合)시조설화〉는 불알이 다섯 개 달렸다는 오랑견(五閔犬)이 두만강가에 빨래하러 나온 처녀를 범하고 머리털이 누런 자식을 낳았다. 그가 북쪽으로 가서 시조가 되고, 그 후손을 오랑견에서 오랑캐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이물교혼(異物交婚)을 담고 있는 〈단군신화 檀君神話〉·〈견훤전설 甄萱傳說〉과 같이, 이 설화도 원래는 북쪽 사람들이 자기 집단의 신성성(神聖性)과 우월성을 이러한 이물교혼에 의한 시조의 출생으로 나타내기 위해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이 올량합을 오랑캐로 읽음에 따라 그 유음(類音)인 오랑구를 유추하여 이 설화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 대에 걸쳐 침입을 일삼던 북방 여진족에 대한 혐오감·적대감·멸시감 등과 더불어 자국민의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가미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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