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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호반(湖畔)에서 ..|

淸潭 2015. 2. 23. 10:48

   
님아 ,
돌아보니
참으로 먼 길을 왔습니다.
가야할 길은 
아직도 멀었는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이는
먼 길 떠나는 사람
책(冊) 속에 사는사람 ,
이 세상에 태어나 
광활한 대지(大地) 위에
자신의 발자국(足跡)을 
가장 많이 남기며
보고 듣고 깨달으며 
생각하는 사람
삶이란 ,
태어남도 떠남도
본래(本來)의 자리
처음 왔던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귀(回歸)의 
여행(旅行)길인 것을 ..
때로는 , 
길을 가는 동안 
덜 쓸쓸하기 위해 
길동무가 있다면 얼마나 
기쁜 일인가.
가만히 생각하면
동반자(同伴者)는 
타인(他人)이면서 
자기 자신일 수도 있지 않은가.
여행은 목적지(目的地)에
목표가 있는 게 아니라
떠남 ,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 
길 위에서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시 반추(返芻)해 보는 일
그래서 여행이란 
내가 나를 찾아가는 길(自我發見)이다.
겨울 태양이 
뿌옇게 비치는 
빽빽하게 눈덮힌 
삼림(森林)을 벗어 나오자
하얗게 
꽁꽁 얼어붙은 
넓은 호수(湖水)가 
다가 온다.
바람소리와 함께 
오리떼가 호수 위를 쓸고 간다.
하늘을 덮은 새들의 군무(群舞)에 잠시 
잿빛 하늘이 환해진다.
쩌엉 ,
쩡 ..
호수에서 얼음이 우는 긴 메아리가 들려왔다가는 
다시 멀리 사라진다.
어느덧 해가 지고
호수에도 숲에도 밤이 내린다.
가끔은 
푸른 밤하늘에 
별빛이 총총히 보이기도 하는
긴 겨울밤 
일렁이는 모닥불 너머
깊은 숲속에서 
산짐승이 우우..하고 
긴울음을 울었다. 
새벽이 올려면 아직 먼데
눈이 내린다.
이제 머지않아 봄이 온다는 
반가운 봄눈(春雪)이다.
사랑하는 연인(戀人)이 
금방 왔다가 금세 사라지는
손등에 내렸다가 얼른 녹아버리는
그런 깜빡 봄꿈 같은 눈이다.
하얗게 하얗게 
숲을 그리며 오는 봄눈 ..
님아 ,
깊은 골짜기에 쌓인 눈과 
호수의 얼음이 풀리는 봄이 오면
들판에는 
꽃으로 덮이겠지
꽃이 피고 
새가 우는 나무아래
그날은 저 아름다운 숲속에서 
사랑을 해야지 
지금은 눈 덮인 겨울 호반(湖畔)에서
따뜻한 봄꿈을 꾸고 있지만
그 날은
당신의 머리에다
들꽃을 예쁘게 
달아주고 싶습니다.
봄바람에 
민들레 씨앗이 날리듯이
봄눈이 소록소록
간지럽게 내립니다.
사랑하고
다시 사랑하고
그리워서
포옹할 사람
그대
사랑합니다.
♡
                  사맛디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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