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수필등,기타 글

설날 아침, 연(鳶)을 날리며 ..

淸潭 2015. 2. 20. 10:32

 

 



             
오늘 아침은
연(鳶)을 날리며 논두렁을 걷는다.

찬 바람에 시린 손을
비비며 걷다 보면
햇살의 소중함도 느끼게 되고

발밑에 밟히는
메마른 대지의 감촉이
뒷덜미까지 차갑게 전달된다.

그러면서
내 정신과 몸 구석구석
헐렁하고 뒤숭숭해져 버린 곳에

어김없이
칼바람이 밀고 들어와

얼음찜질을
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동시에
세상 속에 부대끼면서

열나고 부었던 몸이
차츰 가라앉고

아프게 맺힌 기억이
스르르 풀려나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몸담고 있는 세상이 보이고

세상과의 거리가
느껴지면서
냉정을 되찾게 된다.

우리도 결국
허공에 떠있다.

처음엔 꼬리를 나불거리는
가오리연(鳶)이었다. 하지만 자꾸 꼬리가 잘렸다.

시린 바람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가슴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그래서
지금은 방패연이 되었다.

유년의 기억이
가물거릴 정도로
우리는 멀리 떠나왔다.

하늘에 떠있으면
땅만을 굽어보게 되는 것일까?

머리 위로 무수히
떠있는 별을 보지 못한다.
너무 멀리 떠나왔다.

설날 아침,
언덕에 올라 하늘을 본다.

저 멀리
이제 보이지는 않지만,

인연을 끊지 못하고
저 언땅에서 얼레를 잡고

아직도 먼 하늘에
나를 날리는 사람이 있다.

누굴까?

()


                                                     * 명상음악 `산은 스스로 푸르고`입니다.

                  



- 경주 안강 양동(安康 良洞)마을 -
  

'글,문학 > 수필등,기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호반(湖畔)에서 ..|  (0) 2015.02.23
아침에 읽는 글  (0) 2015.02.22
아침에 읽는 글  (0) 2015.02.20
섣달 그믐날 덕담(德談) ..  (0) 2015.02.19
그리움이 다시 그립다 ..|  (0) 2015.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