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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불복.신한불란.겸병필승

淸潭 2015. 2. 13. 14:15

 

신치용의 원칙, 삼성화재 굳건한 이유

출처 OSEN | 입력 2015.02.13 06:31
[OSEN=김태우 기자] 신치용 감독은 원칙주의자다. 삼성화재의 왕조를 만든 것은 좋은 선수가 아닌, 신 감독이 타협 없는 원칙 속에서 만든 좋은 팀 분위기다. 에피소드 하나는 상징적이다. 은퇴를 결정한 한 선수의 수술 이야기였다.

바늘을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이미지의 신 감독이지만 사실 선수들의 미래에 대해 밤잠을 설치는 지도자이기도 하다. 매년 등록인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잘려 나가는' 선수들에 대해 물을 때마다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 넣으며 대답을 대신하곤 한다. 이 선수도 그랬다. 신 감독은 은퇴를 결정한 선수의 수술을 요청했다. 보통의 상식에서는 잘 이해가 안 되지만 "어디 나가서 일을 하려면 몸이라도 고쳐줘야 할 것 아니냐"라는 신 감독의 이야기에 구단도 흔쾌히 비용을 부담했다.

그런데 병실이 문제였다. 남는 병실이 없어 부득이하게 1인실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자 신 감독은 버럭 화를 냈다. 신 감독은 그 선수에게 "삼성화재의 원칙은 2인실 사용이다. 어떤 스타 선수도 마찬가지다. 나머지 차액은 네가 부담하라"라고 이야기했다. 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됐지만 구단도 신 감독의 고집스러운 원칙에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 감독의 성품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에피소드다.

삼성화재는 올 시즌도 1위다. 2위 OK저축은행과의 승점차는 7점으로 벌어졌다. 잔여 경기에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정규시즌 우승이 유력하다. 충분히 체력을 보충한 삼성화재는 그 어느 팀보다 무섭다. V-리그 8연패에 대한 이야기가 솔솔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신 감독은 좋은 시나리오를 생각하지 않는다. 항상 최악의 경우만 상정한다. 정규시즌 막판, 7점을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으면서도 신 감독의 입에서는 '위기'라는 단어가 여전히 맴돈다.

그것 또한 스스로 세운 원칙이다. 나태는 용납하지 않는다. 항상 겸손함을 강조한다. 신 감독이 모바일 메신저 인사말에는

 

'전승불복'(전쟁의 승리는 반복되지 않는다)  

 '신한불란'(땀을 믿으면 흔들리지 않는다

'겸병필승'(겸손하면 반드시 이긴다)

 

과 같은 글귀가 적혀있다.

감독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고 스스로 실천하는데 선수들의 딴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그렇게 삼성화재는 항상 자신들이 여름에 흘린 땀을 믿으며 겸손하게 한 걸음씩을 나아가고 있다. 그랬더니 어느새 정상이 보인다.

선수들의 이름값만 놓고 보면 삼성화재의 전력은 강하다고 할 수 없다. 신 감독은 "우리 팀에서 6번(드래프트 순위)이 아닌 선수가 별로 없다"라고 이야기한다. 아닌 선수들은 대부분 트레이드를 통해 온 선수들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해 개인적 기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태와 자만을 허락하지 않는 문화 속에 꽉 짜인 틀로 팀이 하나로 움직이고 있다. 말은 쉽지만 단기간에 그런 문화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

위기는 계속된다. 상황이 계속 어려워질 것임은 알고 있다. 전력 수급이 부족할뿐더러 상대팀의 견제도 심해진다. 언젠가는 익숙했던 왕좌의 자리를 내놓을 때가 찾아올지도 모른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분명히 온다. 그것도 조만간 온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시즌 내내 강조하는 '위기론'의 결정판이다. 그러나 팀으로 똘똘 뭉친 삼성화재에 아직 그 '조만간'은 찾아오지 않은 것 같다. 전력은 선수 하나로도 요동치지만, 정신은 쉽게 바뀌지도 사라지지도 않는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