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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湖畔)에서 ..

淸潭 2014. 10. 24. 11:52


 


비가 오고 난 뒤,
먼 산이 가깝게 다가오고
하늘이 더욱 파랗게 보이는 날은

가까운 강변이나
호반(湖畔)을 찾아가고픈 게
사람의 마음이다.

인간이 가장 순수해지는 순간은
자연(自然) 속에 있을 때라 생각된다.

풋풋한 송림의 사잇길을 거닐거나
유리알 같이 맑은 호수(湖水)에
낚시라도 드리우고

자아(自我)를 찾아 나설 때는
차라리 엄숙한 상념(想念)에 잠기고 만다.

나를 잊고
호심(湖心)과 하나가 되어

서로의 언어(言語)를 주고 받을 때는
인간으로서 더없는 희열(喜悅)에
잠기게 된다.

그 옛날 태공이
곧은 낚시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았다는 것도 결국은,

자연으로 돌아간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그 과정을
뜻하는 말이 아니겠는가.

자연의 순수한 언어들을
세속에 흐려진 나의 마음이
받아들이기를 주저할 때가 많다.

그럴 땐,
안타까워하다가 끝내
울먹일 때가 그 몇 번인가.

자연은
고요와 평화를 사랑한다.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도 없다.

인간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가졌고 또 줄 수 있는
너그로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과학도 문학도 예술도
이 땅 위의 진선미(眞善美)까지도
모두 주고픈 게 사랑이라면

지금까지 우리는
자연에게 아무 것도 준 것이 없고
오히려 받아만 왔다.

우리가 자연을 사랑한 게 아니라
자연이 우리 인간을 무한(無限)하게
사랑해 왔다고 본다.

자연은 넓고 깊은 포용력(包容力)이 있고
깊은 사랑과 자비(慈悲)의 말씀을 갖고 있다.

오늘은
호수의 푸른 호심(湖心)을 닮고 싶다.

그와 호흡하고 삶을 할 수 있는
순간들을 마련하고 싶다.

자연은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기에..

산마루를 넘어가는
밀감색 태양(太陽)이 붉새(노을)가 되어
산맥(山脈)을 타고 내리면

호수는 금방
주홍(朱紅) 비단을 깔아 놓은 듯
오렌지빛으로 저녁바람에 출렁인다.

건너편 물가에
황새가 외다리로 선 채

노을에 묻어온
고향의 갯내음에 잠시 고개를 들고
산너머 먼 하늘을 보고 있다.

태양이 지고
호수에 노을이 길게 누워
별을 부르고

바람이 가만이 내려와
물주름(波紋파문:물결)을 잡으며 찰랑거린다.

누가 말했던가,

땅은 하늘을 본 받고
하늘은 도(道)를 본 받고
도는 자연(自然)을 본 받는다고 했다.

산과 바다
강에 나갈 때면
늘 되새겨 보는 말이다.

저녁 하늘에 붉은 노을이 진다.
가을이 묻어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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