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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

淸潭 2014. 10. 23. 10:26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쓰르라미 매운 울음
다 울고 간 극락산 위/

내 고향 하늘 빛
열무김치 서러운 맛/

지금도 등뒤에 걸려
사윌 줄 모르네/

세상을 살아가면서
아버지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를
잊고 살아갈 때가 많다.

아버지의 사랑은 왜
침묵인가를 모르고 살아간다.

아버지를 생각하며
눈물이 핑 돈 적이 있다.

논산 훈련소에 입소하여
삼복 더위에 고된 훈련을 받을 때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연필로 또박또박 쓴
구어체의 편지를 읽다가 그만
목이 메어 울고 말았다.

"오뉴월 염천에 얼마나 고생하느냐,
지난밤에는 꿈에서 너를 보았다."

평소에는 늘 묵묵하셔서
정(情)이라고는 눈꼽재기 만큼도 없는
아버지인 줄 알았다.

아버지는 어렸을 적에
한학(漢學)만 하셨다.

그외 사회생활에 필요한 것은
독학으로 깨우치셨다.

곱셈 구구단에서부터
주산 한글까지..

우리들 아버지 세대는
다들 그렇게 혼자서 배워 익혔다.

하얗던 양면괘지가
이제는 누렇게 빛이 바랬다.

접은 부분이 헤어져 스카치테이프를 붙이고는
손으로 꼭꼭 눌러 두었다.

나는 지금도
외롭고 힘들 때마다
아버지의 편지를 꺼내 읽는다.

편지를 만지면
아버지의 손을 잡은 듯
따듯한 체온이 전해져 온다.

아부지..
늘 말씀하셨지요.

" 이눔아, 머스마가 그리 마음이 여려빠져서 우째 살끼고.."

아부지요,

그래도 지금까지 용케도
밥 묵고 살았으니 참 희한하지요?

꽃잎처럼 어여쁜
첫사랑을 하고 싶었을 때

긴 머리 고운 소녀가
웃으며 내 앞에 나타나 주었고

외로운 내 영혼이
착한 아내 얻고 싶었을 때

석양에 피어나는 박꽃같이 순박한 여인이
조용히 다가왔습니다.

온 정성을 다해
사랑할 자식을 원했을 때

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아들과 딸이

방긋방긋 웃으며
내 품에 안겼습니다.

아침마다 쏟아지는 햇살
숲 속의 바람소리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모든 것이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하늘이 보이고
우주가 있었습니다.

아부지요,

맨날 엄마 이바구만 해서
삐치신 거는 아니지요?

그래도 아부지는
이 아들에게 하늘이였습니다.

오늘
해거름 저녁답

가을바람 내리는 오동나무 아래 앉아
막걸리 한 잔 들고

서산에 지는
붉은 노을 바라보니

문득 아부지 생각이 납니다.
웬지 자꾸 눈물이 날라 캅니더.

마음이 호젓할 때면
아부지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잘 살거래이 .."

아부지,
사랑합니다.




                                 * 흐르는 음악은 `하늘빛 그리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