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덥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이
뜨락을 하얗게 달구는 조용한 한나절,
무덥다 못해 하늘에서
불벼락이 내리는 날이다.
동구밖에 우뚝 선 미루나무도
더위을 비질하다
조용히 잠이 들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기가
하얗게 마당을 넘쳐 흐르고 있다.
이렇게
텁텁한 날의 내 마음은
어느덧 눈발이 펄펄 내리는
겨울산을 찾아
온통 하얗기만한 길을 걷는다.
이마에 흐르는 땀방울은
산정(山頂)의 눈바람으로 씻으면 되고
목이 타는 갈증은
한움큼의 백설(白雪)로 달래면 그만이다.
설산(雪山)에서 가져보는 시간은
자연을 배운다는 기쁨이 있어서 좋고
대화할 수 있는
설어(雪語)가 있어 더욱 좋다.
마음은 설산을 헤메고 있는데 갑자기
우르릉.. 소리와 함께
앞산마루에서
물기 머금은 바람이
쏴아..
들녘을 달려오는 게 보인다.
소나기가 한줄기 할 모양이다.
우르릉 꽝..
어둠 속을 뚫고
또한번 불칼이 하늘을 쪼개며
무서운 하늘울음 소리와 함께 번쩍인다.
그 울음은
하늘이 처음 열리고
대지(大地)가 첫 숨을 몰아쉬던
그날의 울음소리다.
뿌연 빗줄기가
산자락을 타고 내리며 "후두둑"하고
지열을 식히는 소리가 들려온다.
갑자기 온 천지가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빗방울이 마당을 두두리며 쏟아진다.
후욱..
마른 흙내음이 일어나고
순식간에 마당에는 빗물이
철철 넘쳐 흐른다.
어디서 떨어졌는지
엄지 손까락만한 미꾸라지가 펄쩍펄쩍 뛴다.
습기 머금은 바람이 지나가자
장대같이 쏟아지던 빗줄기도 잠깐일 뿐
먹구름은 벌써
저만치로 멀어지고 있다.
소나기가 멎자 뙤약볕을 뚫고
머루다래 익는 산바람이 불어온다.
오늘은 시원한 산바람을
찾아나서야겠다.
큼직한 보자기에
하나 가득 담아다가
먼곳 님들에게
한움큼씩 띄워보내고 싶다.
그러면 누군가
강촌의 강물 한 잔쯤은 보내올 거다.
그날에는
산바람 불어오는 산정에서
강물 한잔으로 멋있게 취해 더위를
멀리 날려 보내리라.
머루 다래 어울러진 산마루엔
벌써..
붉새(노을)가 활활
산맥을 타 내리고
해거리 감나무에서
매미가 목청을 뽑는다.
쎄에롱,
쎄롱, 찌이..
우리 생애, 또 한번의
아름다운 여름이 가고 있다.
무지개가 떴다.
쌍무지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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