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4세기에서 AD 1세기에 걸쳐 중국의 북방에서 세력을 떨친 유목 민족이 있었다.
이를 중국인들은 흉노라 불렀다. 흉노는 기마술과 활을 장기로 하며, 민족성 또한 용맹 과감하여 한족과는 여러 가지 전설과 많은 역사상의 일화를 남겼다.
진(秦)나라 시황제가 만리장성을 쌓은 것도 이 흉노의 침공을 대비한 것이었다.
이 고사도 흉노와 관계되며, 《사기(史記)》 〈흉노열전편(匈奴列傳篇)〉에 그 내용이 전한다.
진나라 말의 일이다.
흉노에서는 두만 선우(頭曼單于)가 죽고 묵돌(冒頓)이 선우에 올랐다.
흉노의 주변국 가운데 동호(東胡)가 있었는데, 당시에 가장 세력이 강성하였다.
동호의 왕은 묵돌이 아버지를 죽이고 선우에 올랐다는 소리를 듣고 사자를 보내어 두만이 타던 천리마(千里馬)를 달라고 하였다.
묵돌 선우가 신하들에게 물었다.
신하들은 입을 모아 말하기를, "천리마는 흉노의 보마(寶馬)입니다. 주어서는 안 됩니다" 하였다.
그러나 묵돌은, "어떻게 이웃 나라끼리 한 마리의 말을 아끼겠는가" 하며, 동호의 요구를 들어주었다.
흉노가 자기들을 두려워한다고 생각한 동호는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사자를 보내어 묵돌의 왕비 중 한 사람을 달라고 하였다.
묵돌이 또 좌우에 물었다. 이들이 격노하여 말하기를, "동호는 무도하여, 왕비를 요구합니다. 청컨대 쳐버리십시오" 하였다.
묵돌이 말하였다. "어찌 이웃 나라끼리 여자 한 사람을 아끼겠는가" 하며 사랑하는 왕비 가운데 한 사람을 택하여 동호에 보내었다.
당시 흉노와 동호의 사이에는 1000여 리나 되는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둔 땅이 있었다.
양국은 각각 이 불모의 사막 주변에 살고 있었으며, 땅은 자연스럽게 천연의 경계가 되어 있었다.
이 무렵 더욱 교만해진 동호의 왕이 사자를 보내 묵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흉노와 우리가 경계로 삼고 있는 불모의 버린 땅은 흉노에게 이용 가치가 없는 것이니, 우리가 점유하려 한다."
묵돌이 뭇신하들에게 물었다. 신하들 중에 이렇게 말하는 자들이 있었다. "이것은 이용 가치가 없는 땅이니, 주어도 좋고 주지 않아도 좋습니다."
묵돌이 크게 노하여 말하였다. "땅은 나라의 근본이다[地者國之本]. 어떻게 이것을 줄 수 있단 말인가."
땅을 내어주자고 한 자들을 모조리 목베고 묵돌은 말 위에 올라 전국에 명령하였다. "뒤늦게 출진하는 자는 베어버리겠다."
드디어 출진하여, 동호를 습격하였다. 흉노를 업신여기며 방비를 않던 동호는 한 순간에 무너졌다. 묵돌은 동호의 왕을 죽이고 인민과 가축을 생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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