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그날 후
炚土 김 인선
탄흔이 삭아버린 철모 구멍으로 들풀이 고개 내밀며 반세기가 지나는 동안
그가 누구였는지 아는 사람마저 이미 다 가버린 세월이 그날을 또 지니고 온다
그날
눈보라 혹한 속 아비규환의 피난 선을 기어오르다 떨어지던 사연
피의 능선에서 남과 북의 방향조차 모르고 누운 사지가 찢긴 참담한 시체의 모습
무심코 이야기 듣고 멍하니 사진으로 보고 있다
이 풍요의 네온 속에서
전쟁의 모습이란
참호에서 피 흘리는 전우를 끌어안고 포성보다 더 크게 울부짖던 애통한 외침이란
남의 이야기 같아 공감할 수 없기에 왜 무서운 것인지 왜 애절한 것인지 모른 체 유월 그날이 되면
역사의 한 줄에 발을 담그듯 너도나도
아아 잊으랴
멋모르고 소리친다
종종 망향 단을 찾아 눈가를 훔치며
마른 등을 들썩대던 아버지의 어깨너머로 무심히 보던 북녘땅
그저 웃으며 사진 찍기 바쁜 우리를 보며 통곡하는 임진각은 향 연기 따라
통째로 북으로 북으로 둥둥 떠내려간다
분단된 조국의 산하가 한눈에 들어오건만
가슴 찌르는 통증은커녕 전쟁이란 개념조차 느낄 수 없는 것은 어찌 된 것인가
생각 없이 펄럭대는 통일 소원이 빼곡히 적힌 무수한 헝겊
허공에 방아쇠 당기듯
요란하게
셔터만 눌러대는 우리
오늘
그 기억의 상흔이 도지는 날이다
충절의 혼으로 조국을 사수하던 선열의 몸부림을
그들의 뜨겁고 숭고한 피가 오늘의 풍요를 있게 했음을
눈감고 느껴야 한다
하여
진정 느낌이 가슴을 관통하면 그때 소리 지르자
아아
잊으랴
어찌 그날, 그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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