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봄날 ,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면
어머니가 그립다.
한 아이가 달아나고
그 뒤를 엄마가 쫓아간다.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날
사잇길은 아득히 멀다.
달아나고 ..
따라가고 ..
아이와 엄마가 가물가물 멀어진다.
아이는 숨이 차다
엄마도 숨이 차다.
아이가 겁이 난 얼굴로
슬며시 돌아보더니 그만 그 자리에 선다.
엄마에게 잡힌 아이는 다행(?)인 듯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그렇게 잡혀 온 아이는
사립문 밖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오래오래 벌을 섰다.
저녁 밥상머리 ,
엄마가 아이에게 묻는다.
"쪼치바리(달음박질)하다가 왜 섰느냐?"
아이가 대답한다.
"엄마가 불쌍(가여워)해서.."
" ...? "
엄마가 아이를 조용히 바라본다.
푸른 햇살이 쏟아지는
보리밭 하늘 위로
노고지리가
높이 날며 울고 있었다.
달아나던 아이가 돌아본다.
엄마는 숨이 차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다.
엄마의 곱고 예쁜 콧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아이는 더 이상
달아날 수 없어 가만히 그 자리에 선다.
그리고서 엄마에게 슬며시
손을 내밀어 잡혀주고 만다.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봄날 ,
보리밭 길을 걸을 때면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봄바람에 일렁이는
노고지리 우는 청보리밭 푸른 물결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어무이 ..
오늘은
어무이가 보고 싶습니다.
왠지 자꾸만
이 아들이 잘못 살아온 것 같아서
꾸지람을 듣고 싶습니다.
두 손 높이 들고
사립문 밖에서
오래오래
벌을 서고 싶습니다.
어무이요,
오늘은 시커먼
보리 개떡이 먹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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