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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밭 사잇길....

淸潭 2014. 5. 23. 10:48

출처;음악정원

글쓴이;사맛디

    
                                     
    봄날 ,
    보리밭 사잇길을 걸으면
    어머니가 그립다.
    한 아이가 달아나고
    그 뒤를 엄마가 쫓아간다.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봄날
    사잇길은 아득히 멀다.
    달아나고 ..
    따라가고 ..
    아이와 엄마가 가물가물 멀어진다.
    아이는 숨이 차다
    엄마도 숨이 차다.
    아이가 겁이 난 얼굴로
    슬며시 돌아보더니 그만 그 자리에 선다.
    엄마에게 잡힌 아이는 다행(?)인 듯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다.
    그렇게 잡혀 온 아이는
    사립문 밖에서 두 손을 높이 들고 오래오래 벌을 섰다.
    저녁 밥상머리 ,
    엄마가 아이에게 묻는다.
    "쪼치바리(달음박질)하다가 왜 섰느냐?"
    아이가 대답한다.
    "엄마가 불쌍(가여워)해서.."
    " ...? "
    엄마가 아이를 조용히 바라본다.
    푸른 햇살이 쏟아지는 
    보리밭 하늘 위로
    노고지리가 
    높이 날며 울고 있었다.
    달아나던 아이가 돌아본다.
    엄마는 숨이 차 금방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다.
    엄마의 곱고 예쁜 콧등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혀 너무 힘들어 보인다.
    아이는 더 이상 
    달아날 수 없어 가만히 그 자리에 선다.
    그리고서 엄마에게 슬며시 
    손을 내밀어 잡혀주고 만다.
    먼 산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있었다.
    봄날 ,
    보리밭 길을 걸을 때면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봄바람에 일렁이는
    노고지리 우는 청보리밭 푸른 물결이 
    눈에 선하게 떠오른다.
    어무이 ..
    오늘은 
    어무이가 보고 싶습니다.
    왠지 자꾸만
    이 아들이 잘못 살아온 것 같아서
    꾸지람을 듣고 싶습니다.
    두 손 높이 들고
    사립문 밖에서 
    오래오래 
    벌을 서고 싶습니다.
    어무이요,
    오늘은 시커먼
    보리 개떡이 먹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