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공무원과 뇌물
 ★... 며칠 전 점심을 먹으며, 대구에서 큰 기업을 운영했던 사람이 사업을 할 당시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던 이야기를 했다. 대구뿐만 아니라 전국의 대도시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던 그는 주로 부시장들을 만나며 뇌물을 건넸는데, 부산의 부시장 한 사람 말고는 누구도 뇌물을 마다하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 부시장은 뇌물을 받지 않아도 살 만하다는 말을 하며 뇌물을 사양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들처럼 그냥 인사로 사양하는 줄 알았는데 정말 뇌물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기 드문 공무원으로 더 높은 자리에 올라갈 만한 인물인데도 그렇지 못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 공무원이 더 높은 자리에서 일을 하며 공직사회를 이끌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며 개탄했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거나 무슨 큰 사건이 발생한 후 정부에서 공직기강을 강조할 때, 그 말을 믿고 순진하게 뇌물을 주지 않거나 하면 되는 일이 없었다는 말도 했다. 옆에 있던, 공무원을 상대로 사업을 하는 지인 역시 맞장구를 치며 열을 냈다. 공직사회가 과거보다 조금은 달라졌지만, 크게 변한 것은 없다고 했다. 모든 공직자가 부패한 것은 물론 아니겠지만,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27일 치른 9급 국가공무원 공채 시험에 20만4천698명이 응시원서를 내 사상 최고 경쟁률(74.8대 1)을 기록했다. 그리고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공채에 응시한 연간 지원자 수가 45만명을 넘어섰다는 보도도 있었다. 이들이 공직사회의 뇌물을 생각하고 응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와 달리 봉급도 많이 개선되었고, 정년보장 등 근무조건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경쟁률이 높은 것은 그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몰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수 인재들이 뇌물 관행에 빠져 건강한 정신을 잃는다면 엄청난 국가적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국회로 넘어간 공무원 부정청탁금지법인 ‘김영란법’이 제대로 시행돼 새 공무원들이 세상을 맑게 하고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는 사회로 변모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봉규 논설위원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출처] 영남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