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신화는 '창세기'로 시작한다
한정주 천자문
天地玄黃하고 宇宙洪荒이라.
(천지현황하고 우주홍황이라.)
하늘은 검고 땅은 누러며,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
天(하늘 천) 地(땅 지) 玄(검을 현) 黃(누를 황)
宇(집 우) 宙(집 주) 洪(넓을 홍) 荒(거칠 황)
인간이 창조해낸 신화의 세계에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합니다. 그중 제1법칙은, 신화는 반드시 '창세기' 즉 우주와 세계의 창조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 자신의 세계에 대한 고민을 하는 순간부터 우주의 시작, 즉 생명의 시작에 대한 연구는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천자문』 역시 이 법칙에서 벗어나지 않습니다. 『천자문』의 첫 여덟 글자는 "하늘과 땅 그리고 우주는 도대체 어떻게 생겼을까?"하는 궁금증으로부터 시작합니다.
그런데 첫 문장에서 얘기하는 하늘과 땅에 대한 느낌은 검고 누렇습니다. 파란 하늘을 보면서 왜 검고 어둡다고 했을까요? 그것은 인간의 시선이 닿는 하늘은 파랗지만, 그 시선 너머의 하늘은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곧 암흑의 세계이고, 그래서 하늘은 검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땅은 왜 누런가요? 그것은 중국 대륙의 특징 때문에 그렇습니다. 중국 문명은 곧 황하(黃河) 문명입니다. 누런 땅은 생명이요 또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었습니다. 중국의 세계관에서 누런색은 언제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계의 중심인 중국을 상징하는 색은 황색(黃色)이고 또 중국을 지배하는 천자의 색 역시 황색(黃色)입니다.
이곳에서 사용하는 우주(宇宙)는 요즈음 우리가 사용하는 지구 밖의 세계(우주)와는 다른 뜻을 갖고 있습니다. 우(宇)는 위 아래와 동서남북을 뜻하고, 주(宙)는 과거와 미래를 나타냅니다. 우주(宇宙)는 '시간과 공간'을 뜻하며, 천지(天地)를 비유하는 말입니다. 따라서 우(宇)가 넓다는 것은 천지의 공간이 끝도 없이 넓다는 뜻이고, 주(宙)가 거칠다는 것은 지나간 시간과 다가올 시간은 인간의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친 상태로 남는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천자문』의 첫 여덟 글자 '天地玄黃(천지현황)하고 宇宙洪荒(우주홍황)이라'는, 세계와 우주는 인간의 탄생 이전에 존재했으며, 또한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무한한 미지의 영역임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이렇듯 『천자문』의 시작은 광활한 우주의 얘기로부터 시작됩니다.
종요의 대서사시 천자문
이윤숙 천자문역해
제1절 乾道變化(건도변화) / 天道(천도)와 陰陽(음양)의 이치
5개 문장 40자로 구성, 하늘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자연(自然)현상이 천도(天道)변화에 따른
음양의 이치에 의한 것임을 설명하고 있다. 무한한 우주의 태극 속에 하늘과 땅이 있고,
하늘에 걸려있는 해와 달의 운행으로 낮과 밤이 생겨나고, 사계절이 오고 가면서 일년이
이루어지고, 세월의 쌓임이 이루어지는 천도의 이치를 설명하고 있다. 태양력과 태음력의
차이를 윤달로 보정(補正)했으며, 농사철의 때를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24절기까지 둔
이치를 예시하고 있다.
1.天地玄黃하고 宇宙洪荒이라
하늘과 땅은 검고 누르며, 우주는 넓고 거치니라.
(하늘천 따지 검을현 누를황 집우 집주 넓을홍 거칠황)
2.日月盈昃하고 辰宿列張이라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별자리가 벌려 베풀어졌느니라.
(날일,달월,찰영,기울측,별진,별수,벌릴렬,베풀장)
3.寒來暑往하고 秋收冬藏이라
추위가 옴에 더위는 가고,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갈무리하니라.
(찰한,올래,더울서,강왕,가을추,거둘수,겨울동,감출장)
4.閏餘成歲하고 律呂調陽이라
윤달이 남아 해를 이루고, 율려로 음양을 조화하니라.
(윤달윤,남을여,이룰성,해세,가락률,풍류려,고를조,볕양)
5.雲騰致雨하고 露結爲霜이라
구름이 오름에 비를 이루고, 이슬이 맺혀 서리가 되니라.
(구름운,오를등,이를치,비우,이슬로,맺을결,할위,서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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