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NHS심장재단 안토니 바 넷 교수가 DPP(DiPeptidyl Peptidase 디펩티딜 펩티다제 )4 억제제의 작용기전을 설명하고 있다.
당뇨병은 한국인 사망 원인 5위다. 지난해 사망자만 1만349명. 세계에선 매년 460만 명이 당뇨병으로 사망한다. 환자는 약 3억6600만 명. 전세계가 당뇨병 예방과 치료에 쏟은 비용만 지난 한 해 4670억 달러에 이른다.
유럽당뇨병학회(EASD)가 12~16일 제47차 연례회의를 개최했다. 당뇨병 전문가들의 관심은 ‘DPP4 억제제’에 집중됐다. 당뇨병의 새로운 치료제 계열이다. 최근 1~2년 사이 기존 계열 약은 의사 처방이 줄거나 정체한 반면, DPP4 억제제가 크게 늘고 있다. 기존 약의 부작용을 현저히 줄이면서 혈당을 안정적으로 떨어뜨려서다.
이전 당뇨병약은 저혈당과 체중 증가 등 부작용이 있다. 혈당이 정상보다 낮은데도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져 저혈당으로 경련하다가 쓰러질 위험이 높다. 또 과도한 인슐린 분비는 환자를 살찌게 한다. 치료를 위해 먹은 약이 혈당관리를 어렵게 한 꼴이다.
반면 DPP4 억제제는 혈당이 높을 때만 인슐린을 분비시킨다. 신체 고유의 혈당 조절 기능을 개선하기 때문이다.
12일 유럽 당뇨병학회(EASD)에서 ‘DPP4 억제제를 통한 당 뇨병 환자의 새로운 치료동향’이 발표되고 있다.
회의에 참석한 버밍험의대 앤서니 바넷 명예교수(영국 NHS심장재단 당뇨병 고문)는 “인크레틴은 DPP4라는 효소에 의해 빠르게 분해되는데, DPP4 억제제는 이 작용을 억제한다”고 설명했다. 인크레틴이 분해되지 않게 함으로써 혈당 조절능력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번 학회에선 DPP4 억제제 중에서도 가장 진화된 형태가 주목을 받았다. 리나글립틴(제품명 트라젠타, 개발 베링거인겔하임·제휴 일라이릴리)이다. 소개된 12일 학회장엔 600여 명의 의사가 몰렸다. 우리나라에선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청 허가를 받은 신약이다. 모든 환자에게 1일 1회 5㎎을 동일하게 처방하는 게 특징이다.
바넷 교수는 “DPP4 억제제도 기존엔 신장이나 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겐 금기되거나 용량 조절이 필요했다”며 “그러나 리나글립틴은 약이 대사·배출되는 과정에서 신장을 거치지 않아 피해가 없다”고 말했다. 약의 95%가 담즙과 장으로 나간다. 당뇨병 환자의 65%는 신장 손상을 겪고 있다. 이는 협심증과 심근경색의 발생을 3배까지 높인다. 다른 약의 대사과정을 방해하지 않아 여러 약을 동시 복용해도 상호작용이 없다.
영국 카디프의대 데이비드 오웬스 교수는 “2년간 대규모 임상시험을 한 결과, 혈당 조절이 어렵던 환자도 같은 용량의 치료제로 저혈당 위험 없이 장기간 약효를 지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바넷 교수는 “저혈당 위험이 높거나, 혼자 사는 고령 환자, 체중 증가를 겪는 환자, 신장·간 장애가 있는 환자에게 특히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당뇨병 치료 패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베링거인겔하임 의학부 이지수 이사(가정의학과 전문의)는 “앞으로의 당뇨병 치료제는 얼마나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DPP4를 억제하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스본=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