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수사모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 해제법어

淸潭 2011. 2. 15. 17:54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 해제법어
▲덕숭총림 수덕사 방장 설정 스님

경인년 십월 보름에 결제하여 신묘년 정월 보름에 해제하는데 오늘이 해제일입니다.
과연 결제는 무엇이고, 해제는 무엇인가?


결제는 육근육식(六根六識)의 모든 허망한 활동을 쉬고 가만히 자기의 본래면목을 돌이켜 보는 것이 결제입니다. 이것을 얼마 동안 하느냐 하면 구순을 하는데 일순이 십일이니까 구십일동안 하는 것입니다. 결제 중에 참학사(參學事)를 마치면 다행이지만 마치지 못했다 하면 역시 해제는 아니고 결제중이라 이 말씀입니다.


우리가 중생사를 다 마치고 요사한(了事漢)이 되는 것이 해제입니다. 만약 이러한 해제를 하지 못했다면 타고 있는 육식(六識)의 불을 끄고 본래면목을 회복하는 결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진정한 해제를 못한 상태에선 그저 삼보에 죄송하고 외호중과 단월에게 부끄럽고 미안할뿐입니다. 가만히 생각하면 우리자신이 사람 몸을 받아 부처님 법을 만나 무위법을 닦는 대중에 참예하여 공부한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고 다행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전생에 내가 무슨 선근을 심었기에 무슨 복으로 부처님 도장에서 이러한 호사를 누리는가 생각하면 가슴이 뜁니다. 만약 이 소중하고 다행스러움을 인식하지 못하고  정진을 소홀히 한다든가 아예 공부를 하지 않는 중이 있다면 그것은 불법문중에 혹이요 불한당이며 속물들이라 하겠습니다.


지금 불교의 위기라고들 합니다. 외도들이 극성하여 금력과 권력, 조직력, 그리고 지식력을 동원하여 우리 불교를 말살하려 합니다. 유비무환인데 우리는 과연 얼마나 대비했느냐가 문제입니다. 아무리 외도들이 날뛴다 해도 우리의 대비가 철저하다면 아무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심지관경에 삼보의 열 가지 위신력 가운데 첫 번째 견뢰(堅牢)라는 것이 있습니다. 삼보는 신묘하여 어떤 외도들도 깨뜨리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불법내의 부실한 자에 의해서 위기를 맞는다 했습니다.


불자들이 신심과 원력과 공심으로 확고한 생활을 한다면 어떠한 외도들도 감히 어쩌지 못하겠지만, 만약 자성과 자정의 노력도 없고 신심도 원력도 공심이 없다면 교단이 불의와  부정부패에 휩싸이게 되고 불신과 불화와 반목과 갈등으로 걷잡을 수 없는 혼란으로 좌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불사 중에 불사는 철저한 신심과 원력과 공심으로 정진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속히 혜안과 법력을 갖추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불법을 해치려는 어리석은 중생들과 고통 속에 헤매는 중생들을 제도하는 것입니다.


덕숭산리유잔설(德崇山裏猶殘雪)
창외일지매화향(窓外一枝梅花香)


덕숭산은 아직 잔설로 덥혔는데
창밖에 한 가지 매화꽃 향기 그윽하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