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생활/생활상식

현대차 신형 5세대 그랜저

淸潭 2011. 1. 23. 16:48

현대차 신형 5세대 그랜저

 

 


속도 세팅하면 스피드 자종 조절…첨단 장치 돋보여
시속 120km서도 정숙성 탁월… 연비 리터당 13km 동급 최고
외관보다 중후함·세련미 부각… 준대형 최초 9개 에어백 눈길

그랜저가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 갖는 의미는 특별하다. 20여 년 전 '각 그랜저'가 부의 상징과도 같았기에 그렇고, 지금도 운전자의'격'을 한 단계쯤 높일 수 있는 세단이어서 그렇다. 그렇기에 현대차가 그랜저에 쏟는 애정 역시 각별하다. 보다 잘 만들어서 보다 많이 팔아야 자존심이 지켜진다는 강박증 같은 것도 있어 보인다.

그래서 6년 만에 나온 5세대 그랜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은 대단히 높고, 이들의 반응을 기다리는 현대차 역시 초조하다.

지난 13일 신차발표회에 이어 현대차는 바로 언론 대상 시승회를 가졌다. 참가 매체만 75개사. 현대차의 지방 시승행사 중 역대 최대 규모다. '제대로 만들었으니 타보라'는 자신감도 묻어났다.

◇'ASCC' 도심 주행서도 유용할 듯

=신형 그랜저 시승행사는 지난 18일 부산에서 거제 일대에서 진행됐다. 김해공항에서 새로 개통한 거가대교를 거쳐 거제도 옥포대첩기념공원을 돌아 오는 114Km 구간이다.

시동을 켜고 차가 도로까지 들어서 속력을 내기 시작할 때까지 정숙성이 돋보였다. 소음도 진동도 없이, 말 그대로 그저 조용하기만 하다. 이 정숙함이 언제까지 지속될까 궁금했다. 속도계가 120Km를 가리켜도 그대로다.

서스펜션도 상당히 소프트한 편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가 중형차 이하에서 적용했던 독일완성차의 딱딱한 느낌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정숙함과 편안한 주행감, 신형 그랜저의 개발 컨셉 중 하나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V6 직분사(GDi)엔진을 탑재한 신형 그랜저의 주행 성능 역시 무난했지만 저속에서 고속으로 속도를 높일 때의 반응은 조금 더디게 느껴졌다. 치고 나가는 듯한 탄력이 없다. 물론 이 차의 주요 수요층이 '달리는 재미'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아님을 감안하면 흠으로 작용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연비는 동급 최고 수준을 실현했다. 3.0 모델이 리터당 11.6km를 자랑한다. 2.4 GDi 모델은 준대형 최초 2등급인 리터당 12.8Km의 연비를 구현했다.

만족감을 더해 준 것은 현대차가 자랑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ASCC는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를 세팅 하면 가속페달 조작 없이 달리다가 앞차와의 간격이 줄어들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첨단 장치. 옥포에서 김해공항으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ASCC를 테스트해 봤다. 시속 110Km에 속도를 맞춘 차가 주행 중 앞차와의 거리가 좁아지자 스스로 속도를 줄였다. 또 간격이 다시 멀어지자 자동으로 속도는 110Km까지 올라갔다.

현대차에 따르면 앞선 차량이 정지하면 브레이크 없이 스스로 멈추고 3초 이내에 앞 차량이 출발하면 자동 출발까지 된다고 한다. 차가 막히는 도심에서도 유용할 만한 첨단 기능이다.

◇파격없이 무난한 외관

=시승을 시작하기 전 김해공항 주차장에 도열해 있는 40여대의 그랜저가 눈에 들어왔다. 첫인상이 중후하다. 현대차의 패밀리 룩인 '플루이딕 스컬프처'(유연한 역동성)을 적용하긴 했지만 외관에 파격을 시험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면은 현대차가 '천사의 날개'로 명명한 헤드램프 때문인지 강인한 느낌을 주고, 측면 라인 역시 세련돼 보였다. 반면 후면은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하이테크한 느낌을 주면서도 전체적으론 중형차 같은 이미지가 연상됐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엇갈릴 곳은 내부 공간과 인테리어. 넥타이를 모티브로 해 디자인된 센터페시아는 윗부분이 좁아지다가 밑으로 내려오면서 부드럽게 확장된다. 언뜻 참신한 디자인 듯 보이면서도 '럭셔리'하다는 생각으로 다가오진 않았다. 우레탄 소재의 대시보드와 부분적으로 쓰인 플라스틱 마감재 역시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다만 나파 가죽시트가 기품을 다시 살려준다. 내부 공간은 넉넉한 편. 휠 베이스(앞뒤바퀴 사이의 길이)가 기존 모델보다 65mm 늘어난 (2,845mm)덕분이다.

현대차가 그랜저에서 또 하나 신경 쓴 부분은 안정성이다. 차체자세 제어장치(VDC)를 적용했고 저압 타이어 발생 시 그 위치를 클러스터를 통해 알려주는 타이어 공기압 경보 장치(TPMS)도 장착했다. 준대형 최초로 9개의 에어백을 기본으로 달았다.

현대차가 '다섯번째 이면서 첫번째'를 강조하듯 신형 그랜저는 달라졌지만 이와 함께 가격 역시 달라졌다. 그랜저 3.0의 가격은 등급별로 3,424만~3,901만원.

신형 그랜저의 강력한 '신무기'ASCC는 그랜저 3.0의 노블 모델(3,670만원)부터 적용할 수 있다. ASCC 가격이 160만원임을 감안하면 이 첨단 기능을 장착한 가장 싼 신형 그랜저 가격이 3,830만원이다. 최고등급인 로얄 모델(3,901만원)도 ASCC는 옵션 사양이다. ASCC가 장착된 로얄모델 선택시 4,061만원의 비용이 든다. 여기에 후방주차 안내, 전방 카메라 등이 포함된 내비게이션(210만원)을 포함시키면 가격은 4,271만원으로 껑충 뛴다.

거제=박태준기자 ju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