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감동글

나비로 환생

淸潭 2010. 9. 3. 10:25
나비로 환생하신 아버지 백중에 오시다
 

 

 

 
환생.
사람이 죽어 새가 되고 나비가 되고 
때로는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한다는 환생.
믿을 수도 아니 믿을 수도 없는 환생.
아버지께서 돌아가신지
어연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그 날은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아침에 산에 갈 약속이 있어 샤워하고 적은 머리를
수건으로 닦고 있을 때 어디선가 환청이 들렸다.
“나 ....간다..........”
아버지의 음성이 들리면서 나비 한 마리가 날라가는 
영상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지금까지도 환청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 경험이다.
꿈도 아니고 눈을 뜨고서 꿈속처럼 말이 들리고 
머릿속에 보이는 영상은 어떤 과정으로 보이는 것인지 
나는 지금도 모른다.
‘아니...내가 잠이 덜 깬 것인가....’
그냥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좀 있다가 아버지가 변소에서 쓰러지셨다는 
전화가 왔다.
놀라웠다. 
아버지가 쓰러지신 것보다 더욱 더 놀라운 것은 
아니 그 순간에도 아버지는 나에게 작별인사를 하셨다는
것이 믿을 수 없이 놀라운 사실이었다.
눈이 발목까지 올라오는 눈 속에 
아버지는 평소에 성당을 다니시지는 않으셨지만 
아들 종교를 따라서 성당묘지로 가셨다.
며칠 전 백중 기도하러 관악산 관음사로 향했다.
도심속에서 가까운 사찰로 불자들이 많이 오셨다.
사시예불에 간신히 맞추어서 왔으니 법당에 자리가 
있을리는 없고  마당에 서 있었다.
비는 오락가락하는데 어디선가 나타난 나비는 
대웅전 앞에서 바라춤을 추시는 스님처럼 훨훨 빙빙 
날아다니는 것을 본 순간에 나는 왜 ‘아부지다...’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직감이라고 하는 것이 이런 것인가 보다.
그냥 아버지가 찾아오신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자리가 없어 종각역에 박스를 깔고 예불을 드리고 
대웅전에 조상님께 절을 드리려고 길게 줄을 섰는데 
또 다시 나비가 나타나서 내 앞에까지 날아와 
춤을 춘다. 
이것이 정말 아버지의 화신인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가?
장자의 호접몽처럼 
나비가 장자인지 장자가 나비인지 
나도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냥 나의 직감일 뿐이지만 
나는 행복했다.
내 나이 여덟인가 아홉인가 그즈음에 동생은 
마당에서 걸어 다니고 나는 거짓말로 배가 아프다고 
아버지 등에 업혀 고추잠자리가 날라 다니던 마당을 
왔다 갔다 하던 기억이 난다.
딸 다섯에 아들 하나뿐인 딸 부자집이었지만 
아버지는 딸들을 하나같이 공주처럼 귀하게 사랑하셨다.
그 사랑스런 셋째딸이 얼마나 보고 싶으시면 
비오는 한 여름날에 나비의 형상으로 오셨을까?
그리움 속에 콧마루가 찡해온다.
고양이 걸음으로 살금 살금 가을이 다가온다.
가을이 다가오면 마당에 노란 국화와 함께 
아버지의 추억이 그립고 
내 어린 시절이 꿈처럼 스쳐간다..
 

좋은 곳에 가셨는지 
아버지는 꿈속에도 한 번 아니 오신다.
아마도 좋은 곳에서 노란 국화꽃에 막걸리 한 잔을 
하시고 계실 것 같다.
아....아부지...
그 따사하던 아부지의 등이 오늘은 몹시도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