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 관리 개선안 상반기 시행
무보수 명예직인 아파트 동 대표와 입주자 대표를 뽑는 데도 직선제가 도입된다. 이들이 맡고 있는 아파트 관리비의 운영과 회계감사에 대한 규정도 엄격해진다. 이들의 선출과 권한을 놓고 주민 사이에 마찰을 빚는 사례가 늘자 정부가 아예 직선제를 시행키로 한 것이다.국토해양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동주택 관리 방안 개선대책을 공개했다. 핵심은 ▶동 대표와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 회장을 주민 투표로 뽑고 ▶관리비 예치금 이자, 연체료, 단지 내 게시판 광고사용료 등 잡수입을 관리비에 통합해 외부 회계감사의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다. 주택법 시행령을 고쳐 개정 직후 시행할 계획이다.
개선안의 초점은 입대의에 맞춰져 있다. 1984년 제정된 공동주택표준관리규약에 따라 제도화된 입대의는 동별 가구 수에 비례해 선출된 동 대표로 구성된다. 동 대표는 주민 추천으로 뽑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주민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에 대표를 하려는 사람이 가가호호 방문해 사인을 받아 대표가 되곤 한다. 주민들에겐 동 대표 후보자의 됨됨이를 판단할 기회가 없다. 입대의 회장은 이렇게 선출된 동 대표의 호선으로 뽑는다. 주민 10% 이상이 원하면 회장을 입주자가 직접 선출할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다.
입대의 회장은 단지 내 최고 실력자다. 돈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연간 공동주택 관리비는 5조2900억원으로 추정된다. 원칙적으로 아파트 관리비는 관리소장 책임이지만 ‘입대의 회장과 관리사무소장이 공동명의로 금융기관에 예치할 수 있다’(주택법 시행령 58조 7항)는 조항의 위력이 세다.
주택관리업체 선정도 입대의 회장 몫이다. 그의 눈 밖에 나면 재계약을 따내기 힘들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택관리업체들은 전국에 551개나 된다. 대부분이 영세업체다. 파이는 작은데 고만고만한 업체들이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난립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선 “입대의 회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얘기가 나온다(대한주택관리사협회 진성식 팀장).
수입과 지출을 감시해야 할 감사도 동 대표가 맡고 있다. 한국주거문화연구소 채혜원 박사는 “의결기관인 입대의가 사실상 집행까지 한다는 점에서 직선제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선거 과정에서 공약이나 후보자 됨됨이가 드러나므로 주민들의 관심도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세금이 아닌, 관리비 집행과 자치대표 선출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지 여부다. 전국입대의연합회 김원일 사무총장은 “지금도 동 대표를 하려는 사람이 없어 입대의를 구성하지 못하는 곳이 많다”며 “직선제를 하면 지원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이를 알고 있다. 국토부 한만희 주택토지실장은 “시행령에는 ‘입대의를 투명화하고 공정하게 운영하도록 한다’는 정도로 규정할 것”이라며 “잠자는 입주민들을 깨워 자정능력을 만드는 것이 정책 목표”라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1588만 가구 가운데 42%인 664만 가구(2005년 기준)가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권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