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20일 퇴임 앞둔 어윤대 고려대 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은 경쟁의 필요성을 일깨우고 세계 수준의 개혁을 추진해 고려대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일조했다고 자평했다. 홍진환 기자 |
《고려대 어윤대(61) 총장은 막걸리로 상징되는 고려대의 이미지를 ‘와인’으로 확 바꾸고 경쟁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가 지난달 총장 1차 선거에서 탈락하자 ‘개혁에 대한 교수들의 반기’라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20일 퇴임하는 어 총장을 8일 고려대 백주년기념삼성관에서 만나 대학 개혁의 성과와 한국의 고등교육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해 들어 봤다.》
개인적 ‘좌절’ 때문에 의기소침해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그는 담담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어 총장에게 4년간의 임기를 마치는 소감을 먼저 물었다.
“모든 목표와 기준을 글로벌 스탠더드, 즉 ‘세계 최고’에 맞추고 교수와 교직원을 독려했습니다. 고려대뿐만 아니라 한국 대학에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경쟁 분위기를 일깨우는 데 일조했다고 자부합니다.”
어 총장은 교수 승진에 필요한 논문 업적을 2배로 올리고 영어 강의 비율을 35%까지 끌어올리는 등 교육 역량 강화에 역점을 뒀다. 또 핵심 교양과목은 전임교수가 가르치도록 하고 공대와 법대 이외의 모든 학생이 이중 전공을 갖도록 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와 영국 런던대에 고려대생을 위한 기숙사를 짓고 172개 해외 대학과 학술교류협정을 맺는 한편 행정 직원의 60%를 세계 100대 대학에 연수 보내는 등 국제화에 남다른 열정을 보였다.
어 총장은 “매년 학생 1000명에게 장학금을 줘 외국 대학에 보내고 교직원을 해외로 보냈더니 모든 것을 세계 최고 수준에서 생각하더라”며 “대학 구성원의 노력과 재단의 지원 등으로 영국 더 타임스지의 대학 평가에서 고려대가 세계 150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려대 100주년 기념행사를 치른 것이 가장 기억에 남고 개인적으로도 큰 영광”이라며 “100주년 사업 목표를 소프트웨어의 변화에 두었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세계 유수 대학의 총장 95명을 초빙해 50여 차례 국제회의를 열고 노벨상 수상자 세미나 등 1년 내내 이벤트를 쏟아 냈다. 그는 “이후 외국 대학에서 ‘행사는 고려대처럼 하라’는 말이 생겼다”고 말했다.
“최고의 히트작은 와인 선물입니다. 막걸리는 토속적이어서 외국에선 안 통하죠. 글로벌 스탠더드로 와인을 선택했고 효과가 컸어요. 심포니 연주회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나갔더니 모두 잘 어울린다고 해서 내 트레이드마크가 됐어요.”
그는 “고려대는 최근 4년간 신입생 지원율이 5배 이상 늘어날 정도로 엄청나게 발전했다”며 “교육의 내실을 다지는 동시에 와인과 영어, 예술 등 다양한 요소를 적극 활용해 이미지를 바꾼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어 총장은 교수 사회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우리나라 교수의 연봉 체계는 연공서열에 따르고 있어요. 교수의 강의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니 잘하는 교수에게 인센티브를 줄 방법이 없죠. 우수한 교수가 3배의 연봉을 받고 싱가포르대로, 5배의 연봉을 받고 대기업으로 떠나도 잡을 방법이 없습니다.”
CEO형 총장으로 불린 그의 총장론을 들어 봤다.
“총장을 학자형, CEO형으로 이분법적으로 구분하는 건 잘못이에요. 대학의 조직과 규모가 방대해졌는데 대차대조표를 모르는 것을 자랑으로 아는 사람이 총장을 해서는 안 되죠. 이제 대학발전기금을 모으지 못하면 성공한 총장이 될 수 없습니다.”
고려대는 하드웨어에서도 국제 수준의 인프라를 확충했다. 백주년기념삼성관을 비롯해 화정체육관, 타이거플라자, 하나스퀘어 등 첨단 건물을 지어 학습과 교양 공간을 넓힌 것.
그는 “기존 고려대 건물 연건평이 20만 평이었는데 김정배 전임 총장 시절부터 내 재임 기간에 완성한 건물만 8만 평”이라며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과 교수, 교우들의 도움으로 외형적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말했다.
어 총장은 고려대 총장 선출제도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그는 “교수들이 부담을 가진 것 같고 영어 강의 등이 다른 후보들에 의해 부정적으로 부각됐다”며 “네거티브 선거 방식은 바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법대나 국문과 등은 영어 강의를 하지 않고, 영어 이외의 외국어 학과는 해당 외국어로 수업을 하는 등 합리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의 교육정책에 대해 “사립대를 국립대로 착각하고 모든 것을 규제하려고 들기 때문에 대학의 자율성이 없는 것이 문제”라며 “정부가 고등교육 지원 예산을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임 이후의 계획에 대해 어 총장은 “안식년을 받았기 때문에 일단 여행과 운동을 하면서 푹 쉴 생각”이라며 “나는 ‘고대광’이기 때문에 어디에 있든 고려대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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