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日 아오모리현 무쓰시 스기야마 시장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을 자발적으로 유치한 일본 아오모리 현 무쓰 시의 스기야마 마사시 시장은 20일 “한국도 자원 빈국인 만큼 원자력 발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명 기자 |
《‘주민혐오시설’을 ‘다마테바코(玉手箱·보석상자)’로 바꾸었다. 지난해 10월 일본 아오모리(靑森) 현 무쓰(陸奧) 시가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유치 계약을 체결하자 일본 언론과 현지 주민들은 이렇게 표현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이 33%인 일본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자발적으로 원전 관련 시설을 유치해 시의 새로운 발전 전기를 마련하기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이 같은 ‘작은 혁명’은 21년째 시장을 맡고 있는 스기야마 마사시(杉山肅·70) 시장의 주도로 이루어졌다. 대전에서 열린 한국원자력연구소 주최 강연회 등에 참석 중인 스기야마 시장을 20일 만났다.》
―어떤 계기로 핵관련 시설을 유치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나?
“무쓰 시는 벽지다. 기업을 유치해 고용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 이에 따라 고용 효과는 없어도 돈이라도 들어오는 시설을 유치하기로 했다. 그런데 마침 시 주변에 도쿄(東京)전력과 일본원자력발전이 운영하는 원자력발전소가 있었고 2000년 그들이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공모를 냈다. 5년에 걸친 주민 설득 끝에 시설을 유치했다.”
―어떻게 설득했나.
“자주 받는 질문인데 나의 논리는 매우 간단명료하다. 우리 시는 돈이 필요한데 이 시설을 유치하면 돈이 들어온다. 그런데 그 시설은 위험한 게 아니다. 이게 다였다.”
―주민들이 쉽게 수긍했나.
“물론 쉽지는 않았다. 설득의 가장 큰 수단은 약 40년간의 나에 대한 정치적 신임이었다. 1967년 이후 무쓰 시와 아오모리 현 지방의회 의원으로 1985년까지 6번 내리 당선된 후 시장이 됐다. 또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은 어떤 폐기물도 밖으로 나오지 않는 단순한 저장시설이라는 ‘창고론’을 폈다. 시설 운영 기간을 50년으로 한정한 것도 불필요한 우려를 줄였다.”
주민에 “지원금으로 의료-교육수준 향상” 약속
시장 자리걸고 설득… 市예산의 20% 수입 확보
―누가 어떻게 반대 논리를 폈고 이를 어떻게 극복했나.
“좌파 세력은 ‘한번 시설을 해 놓으면 영구히 간다’고 반대하며 일부 주민을 선동하려 했다. 계약이 50년이라고 하니까 별의별 논리를 다 끌어댔다. 일부는 저장시설이 들어서면 인근 바다의 양식장이 피해를 본다는 주장도 했다. 그래서 나는 양식업자들이 가장 먼저 찬성 의견을 내도록 했다.”
무쓰 시는 도쿄전력 일본원전과 2010년부터 50년간 약 500t의 사용 후 핵연료를 저장하기로 계약했으며 이에 따라 세금과 지원금 등 한 해 약 24억 엔(약 190억 원·현재 화폐 가치)의 재정 수입을 확보했다. 시의 한 해 전체 예산 약 120억 엔의 20%에 이르는 규모다.
그가 늘어난 재정 수입을 이용해 추진하겠다고 제시한 청사진도 주민들을 설득하는 데 주효했다.
“무엇보다 시의 의료·교육 수준을 크게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100여 년 역사가 있고 인근 지자체에서도 환자가 찾아오는 ‘무쓰 종합병원’(480병상)에 대한 적극적 지원과 도쿄의 어느 중고등학교 못지않은 교육 수준 향상 약속이 그것들이었다.”
그는 또 미국이 20년 이상 동결한 원전 건설 계획을 새롭게 추진하고 프랑스에서 원자력 전기를 사다 쓰던 독일도 원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있는 등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무쓰 시의 시설 신청에서 계약까지의 과정을 줄곧 지켜보고 스기야마 시장의 경험을 한국에 전해 주도록 그를 한국에 소개한 한양대 김경민(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록 인구 6만5000여 명의 작은 도시 시장이지만 정치 지도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생각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국도 지난해 약 20년간 끌어온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용지 선정(경주)을 우여곡절 끝에 마쳤지만 ‘사용 후 핵연료 저장시설’ 용지 마련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고리 월성 영광 울진 등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 용량은 1만35t으로 이미 8184t(올 3월 현재)이 저장되어 있다. 2016년에는 포화될 예정이어서 2011년경까지는 새로운 곳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국의 원전 발전 비중은 일본보다 높은 40%가량이다.
스기야마 시장은 “일본과 한국은 모두 자원 빈국”이라며 “원자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의 초청으로 19∼22일 방한하는 스기야마 시장은 한국원자력산업회의와 한국원자력학회, 미국원자력학회 한국지회 공동 주최 강연회, 한국 원자력연구소 강연 등을 하며 ‘지자체의 자발적인 원전 시설 유치 경험’을 전하고 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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