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보선서 재기한 조순형 당선자 부인 김금지 씨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순형 당선자보다 ‘더 쓴소리’를 서슴지 않는 ‘미시즈 쓴소리’ 김금지 씨. 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모자를 쓰고 나왔다. 변영욱 기자 |
《7·26 보궐선거에서 재기에 성공한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는 ‘미스터 쓴소리’로 유명하다. 그의 뒤에는 평생 한결같이 곁을 지키며 그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미시즈 쓴소리’가 있다. 부인인 연극배우 김금지(64) 씨. 2004년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남편을 찾아와 퇴진을 종용하던 민주당 관계자들에게 “민주당 남자들은 비겁하다”며 당차게 나설 만큼 ‘할 말은 하는’ 김 씨. “우리 동네(지역구)예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그를 27일 미아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그는 트레이드마크인 화려한 ‘모자 패션’ 차림으로 활짝 웃으며 나타났다.》
정치 전망에 관한 한 프로급으로 정평이 나 있는 그에게 당선을 예상했느냐고 물었다.
“선거 사흘 전부터 거리에 나가 보면 느낌이 좀 달랐어요. 될 것 같다는 생각을 그때부터 조금 하긴 했죠. 하지만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사람이 아니라 기호 보고 찍는데 인기만 보면 민주당은 10% 미만이잖아요. 끝까지 마음을 놓지 못했죠. 결과가 나온 후 아들이랑 며느리랑 손녀가 사온 케이크 자르며 오전 4시에 가족끼리 오붓하게 축하모임도 가졌어요.”
―이번 당선은 조 당선자가 주도한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평가라고들 하는데….
“우리 남편은 탄핵 얘기 싫어해요. 탄핵도 그쪽(열린우리당)이 먼저 잘못한 거 아닌가요? 50년 역사를 가진 야당을 부수고 나간 건 지금도 정말 서운하고 납득이 안 돼요. 그건 완벽한 배신 아니에요? 법적으로 문제가 있으니까 탄핵 발의도 한 거였고. 근데 그걸 가지고 어쩜 그렇게 역적으로 몰아가는지. 그리고 헌법재판소 사람들은 뭐, 바보예요? 물러날 사안이 안 되면 안 물러나게 결정을 하겠죠. 그냥 결과를 기다리면 되지 울고불고. 그때 방송국 태도, 그것도 진짜 말도 안 됐어요.”
당시 마음고생이 많았던 듯 그는 10분 넘게 속사포처럼 이야기를 쏟아냈다.
―2004년 민주당 대표 퇴진 압력이 빗발쳤을 때 (김상현 의원에게) “남자답지 못하다” “민주당 남자들 비겁하다” “추(미애) 의원은 대표자격 없다”고 했는데….
“김상현 씨한테 내가 너무 심했다는 생각도 나중에 들더라고요. 하지만 남편이 언제 대표 하겠다고 했나요. 자기들이 도와달라며 시키더니… 서운했죠.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이 주류 비주류를 다 떠나서 정말 너무 열심히 도와주셨어요. 덕분에 예전에 민주당에 섭섭했던 것들 진짜 이번에 다 잊었어요.”
이번에 남편이 또다시 선거에 나서겠다고 했을 때 처음엔 반대했단다. 하지만 선거 유세를 지켜보면서 남편을 더 존경하게 됐다고 했다.
“원래 정치인들이 카메라(언론)를 좋아하잖아요. 기자들이 없으면 국회에서 자리도 잘 안 지키고 그런다던데. 그런데 함승희 씨가 이번에 지원 유세를 하면서 그러는 거예요. 남편은 기자들이 있건 없건 항상 5분 전에 법사위에 미리 나와 있고 늘 끝까지 자리를 지킨다고.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 내가 남편 하나는 죽이게 잘 만났구나….”
―34년간 구두 가게 하면서 뒷바라지 하셨는데….
“명동에서 하던 구두 가게는 1998년에 문 닫고 지금은 삼성동이랑 대구 두 곳에서 해요. 지난번에 대구 선거 끝났을 때 갑자기 양쪽 가게 매출이 모두 확 오르는 거예요. 특히 대구에서는 손님들이 와서 ‘우리가 표는 못 줬지만 얼마나 힘들겠느냐. 구두라도 사러왔다’면서 한 켤레 살 거 두 켤레, 세 켤레씩 사주시고…. 그래서 제가 ‘조순형 효과’ 좀 봤어요(웃음). 그런데 이번에 선거 나간다고 하니까 또 매출이 오르더라고요. 아마 선거 치르려면 돈이 들 거라고 생각해서 사주셨나봐요. 고마운 분들이죠.”
―‘미스터 쓴소리’가 집에서도 ‘쓴소리’ 하시나요.
“집에서는 쓴소리를 제가 더 많이 해요. 그런데 이번 선거 때는 쓴소리 하나도 안했어요. 약한 입장이니까 용기만 줬어요. 젊어 보인다는 둥 좋은 소리만 하고….”
―정치명문가의, 유명 정치인의 아내 역할은 어떤 건가요.
“이번에 누군가 저한테 그러더라고요. 불가마(찜질방)에 인사 한번 가면 좋겠다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런 거 왜 하느냐고요. 그런 거 하는 게 오히려 표를 깎아 먹는 거죠. 너무 웃기는 생각 아니에요? 목욕탕 다니고 불가마 다닌다고 안 될 사람이 당선된다고 생각 안 해요. 유권자들이 마누라 보고 뽑나요? 그리고 제가 불가마 간다고 갑자기 귀고리 떼고 모자 벗고 그럴 여자도 아니고요.”
―조 당선자는 6선이지만 현실정치랑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맞아요. 근데 그게 이 남자의 장점 아닌가요? 전 남편이 꼭 됐으면 하고 바라는 게 하나 있어요. 국회의장.”
―‘잉꼬부부’로 소문났는데, 지금도 남편이 김 선생님을 ‘양귀비’로 여기고 사시나요.
“저도 우리 남편을 ‘알랭 들롱’으로 여기는데요.(웃음)”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인턴기자 채승우(연세대 신문방송학과 3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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