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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이 라마 20년째 보좌 수행 / 청전 스님

淸潭 2010. 2. 8. 16:49

[초대석]달라이 라마 20년째 보좌 수행 청전 스님




청전 스님은 “달라이 라마가 한국을 방문하고 싶어 하는 것은 공부를 많이 하고 의식이 살아 있는 한국 스님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수도자는 매일 새로운 아침을 창조하지 못한다면 죽은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사진 제공 사진작가 김용태

청전 스님은 티베트 망명정부가 자리 잡고 있는 인도의 다람살라에서 20년째 달라이 라마를 보좌하며 수행하고 있다. 그는 본보에 4월 1일부터 5월 5일까지 5회에 걸쳐 연재한 ‘내가 본 달라이 라마’ 시리즈를 통해 직접 보고 느낀 달라이 라마의 생각과 가르침 등 진면목을 전해 줬다. 19일 청전 스님과 전화로 만났다.

청전 스님은 최근 인도 델리에 소재한 티베트 망명정부 TV에서 “달라이 라마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회를 앞두고 망명정부 생활을 청산하고 귀환할 것이며 이를 교섭하기 위해 7, 8월경 중국으로 들어간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그는 “달라이 라마가 28∼30일 남미 순방에서 돌아오는 대로 공식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이때 티베트 망명정부와 중국 정부 사이에 물밑에서 진행돼 온 협상 결과가 밝혀지면서 티베트 귀환 일정도 구체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달라이 라마의 방한도 급진전될 전망이다. 달라이 라마 측은 최근 인도 주재 한국대사관에 방한 비자를 신청했으며 한국 정부는 현재로선 다소 부정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달라이 라마가 한국 방문을 추진하고 있는데….

“달라이 라마 존자(尊者)님은 한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갖고 있다. 티베트처럼 대승불교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데다 신심 많은 신도와 스님들이 있기 때문이다. 존자님은 특히 한국 스님들을 좋아하고 만나고 싶어 한다. 한국 스님들은 티베트 스님들과 달리 직업으로서가 아니라 깨달음과 중생 제도를 위해 자발적으로 출가한 분들이고 공부도 많이 하며 의식도 살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비자를 내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에 소개되는 티베트 불교가 종종 문제를 일으켜 망명정부에서도 조사에 나선 적이 있다는데….

“대표적인 게 불경에 나오는 마정수기(摩頂授記)다. 원래 이것은 부처나 보살이 ‘그대는 미래에 뭐가 되리라’고 예언하면서 제자의 정수리를 어루만진다는 뜻이다. 티베트에서는 큰스님들이 으레 제자나 신도들에게 머리를 만져 주는데 이것은 마정수기가 아닌 일상생활 속의 축복의식일 뿐이다. 하지만 이런 축복의식이 한국에서는 마정수기로 둔갑되어 행사가 치러진다. 티베트 스님들은 영문을 모르고 한국의 초청자가 시키는 대로 하지만 초청자가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망명정부 안에서도 이게 문제가 돼 해당 스님들의 출국금지령이 떨어진 적이 있다.”

―다람살라에서의 일상은 어떤가.

“20년을 하루같이 규칙적으로 보냈다. 특히 수도자에게는 새벽시간이 중요하다. 오전 4시면 저절로 눈이 떠진다. 방에서 커튼만 열면 바로 설산(雪山)과 함께 맑고 힘찬 기운이 방 안으로 쏟아진다. 누운 채 이불 속의 온기를 즐기며 지난밤을 생각하고 하루를 맞는 기도를 발원한다. 그리고 나의 스승에 대한 영상화를 선명하게 지어 간다. 소리 없이 간단하게 예불을 올린 뒤 차를 불단에 올리고 나도 마시고는 바로 한 시간 정도 정좌(靜座)한다. 정진 때는 꼭 촛불을 켜 놓고 향을 사른 뒤 티베트식 전체투지(全體投地)의 절을 한다. 이어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고 불경을 티베트말로 소리 내어 읽는다. 우리나라의 미숫가루 비슷한 짬빠로 아침 식사를 한다. 아침 공양이 끝나면 한 시간 정도 두 번째 정좌에 들어가고 명상이 끝난 다음 책을 보거나 전나무 숲길을 걷는다.”

청전 스님을 비롯한 현지의 수행자들은 수행에 매진하는 한편 봉사활동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히말라야 산속 오지인 라다크의 주민들을 위해 여름마다 펼치는 의료봉사 활동. 청전 스님은 국내의 뜻있는 불자들의 도움으로 현지 주민들에게 의약품과 돋보기안경 등을 제공해 왔으며 최근에는 어린이들이 우유를 먹을 수 있도록 젖소 사주는 운동을 펴고 있다.

청전 스님은 통화를 마치면서 다람살라에서 살아온 자신의 20년 삶을 시 한 수로 읊으며 모든 생명 가진 이들에게 평안과 행복이 깃들기를 기원했다.

“온종일 히말라야 설산에 올라앉아

사해(四海)에 낚시를 드리운 지 몇 해던가.

내가 잡는 물고기는 모두 주둥이가 없어

내려올 땐 빈 망태기 달빛만 가득하네.”

윤정국 문화전문기자 jkyoon@donga.com

■ 청전(淸典) 스님

53세. 전주교대 재학 중 1972년 10월유신이 발표되자 자퇴했다. 1973년 대건신학대(현 광주가톨릭대)에 편입학해 다니던 중 송광사를 방문했다가 깨달음을 얻어 1977년 학교를 자퇴하고 송광사로 출가했다. 1987년 남방불교와 티베트불교 수행을 경험하기 위해 순례를 떠나 태국 미얀마 스리랑카의 여러 수행처를 방문했다. 인도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 수행 중의 의문을 풀고 이후 그의 가르침에 따라 티베트 망명정부가 있는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20년째 수행하고 있다. ‘입보리행론’(2004·하얀연꽃), ‘깨달음에 이르는 길(람림)’(2005·지영사) 등 티베트 원전들을 한글로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