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22일 100주년 맞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
네 번째 임기를 보내고 있는 숙명여대 이경숙 총장이 집무실에서 앞으로의 계획과 학교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이 총장은 22일 열리는 창학 100주년 기념식을 비롯해 100주년 전야제 행사, 글로벌 리더십 특강 등 기념행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김미옥 기자 |
《직업이 대학 총장? 한국 대학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숙명여대 이경숙(李慶淑·63) 총장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다. 4선 총장으로서 임기 13년째에 들어선 그는 창학 100주년 기념행사를 진두지휘하느라 요즘 누구보다도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13년째 쓰고 있는 방은 주인의 분위기를 그대로 닮아 군더더기 하나 없이 정갈했다. 그는 언제나 숙명여대의 인물이었다. 경기여고를 졸업한 뒤 정치외교학과 61학번으로 수석 입학과 수석 졸업에다 학생회장도 지냈다. 1968년 그가 미국으로 유학길에 오를 때 총장을 비롯해 수십 명의 환송 인파가 공항에 나온 일화도 유명하다.》
이 총장을 가까이에서 모신 경험이 있는 숙명여대 한영실(韓榮實·식품영양학) 교수는 이 총장을 ‘소녀의 미소를 간직한 맑은 성품의 소유자’라고 표현했다.
“사무처장을 하면서 속상한 일이 있어 총장님 앞에서 운 적이 있었어요. 누군가 저를 속상하게 했다고 울면서 얘기했죠. 제 얘기를 다 들은 총장님이 제 손을 잡으시더니 저를 울게 만든 그 사람을 위해 기도를 하재요. 총장님이 ‘한 교수를 더욱 성숙시키고 인간답게 하기 위해 그 사람이 희생해 한 교수에게 시련을 주는 거니까 그 사람을 위해 감사 기도를 올리자’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너무 신기한 게 나란히 앉아 기도를 하다 보니 어느새 화가 풀려 있었어요.”
올곧고 정확하면서도 온화하고 다정한 성품 때문에 이 총장 주변에는 사람이 많다. 지인(知人)들이 고민이 있으면 제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그라고 한다. 네 번째 연임 비결을 물어보니 동료 교수들에게 공을 돌렸다.
“총장직은 학교 비전을 세운 뒤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을 하도록 이끄는 자리입니다. 흔히들 대학에는 교수 수만큼 총장이 있다고들 하잖아요. 총장은 각각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그것을 조정할 능력이 필요해요. 저를 다시 한번 믿어준 교수들에게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1994년 이 총장 취임 당시 6개교에 불과했던 국내외 자매결연 대학은 현재 158개교, 교원은 211명에서 523명으로 늘었다. 1995년 제2 창학을 선언하면서 올해까지 모으겠다고 약속했던 1000억 원의 발전기금도 ‘등록금 한 번 더 내기’ 운동으로 무난히 달성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약 940억 원의 발전기금이 모였다.
“특별히 경영학을 따로 공부한 적은 없었어요. 학교 다닐 때 필수과목이던 ‘경제학원론’을 공부한 게 다였죠. 경영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총장 취임 이후입니다. 기업과 동문을 찾아가 기부를 요청하면서 몸으로 배운 것도 있고, 사장님들을 만나면서 보고 배운 것도 있습니다. 특히 1998년 삼성물산 사외이사를 하면서 경영에 대해 많이 배웠어요.”
이 총장은 취임 이후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경영학 관련 서적 2, 3권은 읽고 있다.
독서와 함께 이 총장이 빠뜨리지 않는 일이 또 있다. 새벽기도와 남편을 위한 아침 준비가 그것.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총장은 매일 오전 4시 반에 일어나 새벽기도를 다녀온 뒤 아침을 직접 준비한다. 이 총장의 남편은 고려대 부총장을 지낸 최영상(崔永翔) 교수. 여동생은 이숙자(李淑子) 전 성신여대 총장이다.
이 총장은 올해 창학 100주년을 맞이하는 숙명여대의 비전을 ‘세계 최고의 리더십 대학’으로 세웠다. 2020년까지 여러 분야의 리더 가운데 최소 10%를 숙명여대가 배출하겠다는 목표로 ‘2020년 10%’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5월 22일은 숙명여대의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날이다. 19일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리는 ‘100주년 전야제’ 행사에는 미주 동문 100여 명을 포함해 2000여 명의 동문이 참가한다. 이 외에 100주년 기념 성화, 우표 발행, 글로벌 리더십 특강이 진행 중이다.
‘베테랑 총장’으로서 본인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총장의 조건을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학문적 기반입니다. 그래야 구성원인 교수들과의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 다음이 행정력이죠. 어떻게 학교를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리더십과 비전이 있어야 합니다. 또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히 개개인의 자부심이 높은 교수집단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능력은 필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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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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