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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금융전문대학원에 20억 기부 / 존 워커 회장

淸潭 2010. 2. 6. 16:30

[초대석]KAIST 금융전문대학원에 20억 기부 존 워커 회장




세계적인 투자업체인 호주 맥쿼리그룹 한국대표 존 워커 회장. 넉넉한 웃음만큼이나 한국 경제와 사회에 대한 애정이 넘친다. 거액을 기부하면서도 겸손해하는 그의 모습에서 왜 이 기업이 성장하며 명망도 높아지는가를 알 수 있게 했다. 김재명 기자

《“그룹이 최근 5년간 비약적인 성장을 하는 데 한국 시장은 북미, 유럽과 함께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에 수익의 일부를 환원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맥쿼리그룹 한국 총괄 대표인 존 워커(51)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금융전문대학원에 석좌기금을 내놓은 동기를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 종합금융 전문기업인 호주 맥쿼리그룹은 지난달 한국 법인을 통해 200만 달러(약 20억 원)의 기금을 내놓았다. 맥쿼리는 세계 18개국에서 활동하며 사회 복지단체에 크고 작은 기부를 하지만 이번처럼 큰돈을 기부하기는 처음이다. 또 국내에 있는 많은 외국계 투자기업 가운데 이처럼 거액을 ‘이윤의 사회 환원’ 차원에서 내놓은 것은 맥쿼리가 처음이다. 맥쿼리는 이 같은 ‘선행’을 하면서도 외부에 알리지 않다가 KAIST 측이 기부 사실을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워커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시장에 대한 강한 애정을 나타냈다. “한국 시장이 회사에 많은 투자 기회를 제공해 그룹이 성장하는 밑거름이 되는 등 맥쿼리를 적극적으로 안아 주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 초 호주 본사에 기부 안건을 제안했을 때 ‘잘하는 일’이라며 지지를 받았습니다.”

실제로 워커 회장이 2000년 처음 한국에 지사를 세울 때는 자신을 포함해 직원 5명이 남의 사무실 한쪽에 전화기 몇 대만을 놓고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은 서울 중구 소공동 한화빌딩에 5개 층을 쓰면서 10여 개 계열사에 30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으며 자산 규모도 15조 원에 이른다.

또 워커 회장은 거액의 기금을 내놓은 것에 대해 “기부이기도 하지만 회사를 위한 일이기도 하다”며 겸손해했다.

“회사로서도 한국에서의 업무가 크게 늘어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한국적 시스템에 익숙한 인재를 키울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등에서 교육 받은 인력보다 한국에서 길러진 인재가 더 필요할 것이란 판단을 했습니다. 금융기업이 금융전문 교육기관에 기부해 후에 인재를 돌려받는 셈이어서 결국 회사의 이익에도 부합됩니다.”

맥쿼리가 세운 한국도로인프라투융자회사(KRIF)는 최근 이름을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로 바꾸고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워커 회장은 “MKIF는 장기적으로 ‘한국의 금융기관’이 되기를 바란다”고 현지화에 대한 뜻을 밝혔다.

맥쿼리가 기부 분야를 고를 때 교육 기관을 선택한 것은 이 회사의 투자 분야와 관련이 깊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대구∼부산 고속도로 등 장기 투자 성격을 띠는 사회간접자본(SOC)이 많아 오랜 기간 사업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커 회장 자신의 부친이 호주 내 3개 대학의 학장을 지냈고, 동생도 홍콩에서 교수 직을 맡고 있으며 자신도 한때 호주 뉴잉글랜드대에서 교수를 하는 등 ‘교육자 집안’이라는 점도 교육의 중요성에 많은 관심을 갖게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워커 회장은 KAIST 금융전문대학원을 고른 것과 관련해 한국에서 활동하면서 만난 많은 경영자가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을 거친 것을 알게 됐고 무엇보다 재정경제부가 높은 평가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1993년부터 호주에서 교통부 차관과 재정경제부 차관 등 공직을 지내다 1999년 맥쿼리그룹에 들어갔다. 또 2000년에는 시드니 올림픽을 앞두고 시드니의 교통관리시스템에 대한 아이디어를 정부에 제출한 것이 채택돼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9년 작위(AM·Member of the Order of Australia)를 받았다. 그래서 그의 명함에는 ‘존 워커 AM’이라고 적혀 있다.

워커 회장은 한국의 문화에 대해 “문화의 깊이가 느껴져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또 한국은 호주의 네 번째 교역 상대국이어서 많은 호주 사람은 한국을 매우 친밀하게 생각하며 비슷한 점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이 술이라도 한잔 같이하면 스스럼없이 서로 어울리고 친해지는 성격도 호주 사람들과 닮았다는 것.

그는 “한국에는 어느 나라 못지않게 효율성과 서비스 정신이 있고 여러 분야에서 창의력이 넘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한국 여성을 천생연분으로 만나 재혼했다”며 “한국의 장모님 사랑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