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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제1야당 민주당 / 오카다 가쓰야 대표

淸潭 2010. 2. 1. 19:39

[초대석]日제1야당 민주당 오카다 가쓰야 대표




일본 제1야당인 민주당의 오카다 가쓰야 대표. “일본의 이웃인 아시아 국가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만큼 신경을 안 쓰고 경시한 정권은 없었다”며 ‘아시아 중시’ 외교를 제창했다. 비빔밥을 즐겨 먹는 그는 한국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1년에 한 번은 반드시 서울을 찾는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 아사히신문

《‘앞으로, 열심히. 정권교체로 일본을 바꾼다.’ 31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나가타(永田) 정에 있는 국회의사당 3층의 민주당 간부회의실. 입을 꾹 다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52) 대표의 대형 사진과 함께 정권교체를 다짐하는 포스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앞으로, 열심히’는 파벌-금권-막후 정치로 상징되는 일본 정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매사를 뚝심과 정공법으로 헤쳐 나가는 오카다 대표의 캐릭터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현이다.》



통상산업성 관료로 일하다 정계에 진출한 그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당 대표가 된 뒤에도 공식 일정이 끝나면 의원 숙소로 직행해 밤늦게까지 정책 공부에 열중한다. 일본 굴지의 유통회사인 이온그룹 창업주의 차남이지만 돈을 풀어 ‘자기 사람’을 심으려는 시도는 전혀 하지 않는다.

이렇다 할 당내 조직이 없는 그가 50대 초반의 나이에 중의원 기준 전체 478석중 176석을 차지하고 있는 제1야당 대표에 오른 데는 답답하리만치 우직한 성격이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노련미를 제어하기에 제격일 것이라는 당 안팎의 여론이 큰 역할을 했다.

오카다 대표는 최근 대표 취임 1주년을 맞아 발표한 ‘외교 비전’에서 일본 외교의 새 방향으로 ‘아시아 중시’를 천명했다. 일본이 국제적 고립에 빠지지 않으려면 미국 추종 일변도에서 탈피해 한국 중국 등 이웃 국가와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한다는 게 그 골자다.

일본 정치인들의 역사 관련 망언과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으로 한일, 중일 관계가 요동치는 와중에 나온 이 제언은 일본 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한국과 중국은 일본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일본도 한국 중국에 마찬가지 아닐까요. 일본 경제의 자력 성장이 한계에 부닥친 상황에서 일본이 엄청난 잠재력을 지닌 아시아 소속이라는 점도 다행이지요. 이웃 국가의 믿음을 되찾아 풍요롭고 평화로운 아시아를 만드는 데 일조하는 것은 일본의 장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입니다.”

그는 “일본의 역대 어느 정권도 지금처럼 아시아를 소홀히 다룬 적은 없었다”면서 “미국에만 치우쳐 이웃을 경시하는 고이즈미식 외교는 일본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오카다 대표는 구체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실현을 앞당기기 위해 전담 사무국을 설치하고 금융, 에너지, 보건, 문화 등 정치적으로 부담이 덜 가는 분야부터 한중일 3국 간의 교류를 넓혀 갈 것을 제안했다.

또 “나는 총리가 되면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참배에 대해선 “다른 나라가 무어라고 해서가 아니라 총리가 스스로의 건전한 판단으로 참배 중단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대표는 차기 총리감을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민당의 보수 우익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간사장 대리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그는 “중요한 건 일본이라는 나라를 이끌어 나갈 리더로서 그에 합당한 역량을 갖췄느냐는 것”이라며 ‘자질’에 관한 한 자신이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그는 “내년에 총선거가 실시되면 민주당만의 단독 과반수를 이뤄낼 수 있다”며 “많은 국민이 자민당에 대해 일본 정치를 책임지기엔 ‘내구연한’이 지났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한국 중국이 툭하면 서로를 비난하는 현재의 동아시아 정세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면서 “민주당이 정권을 잡으면 무엇보다 이웃 국가들과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오카다 대표는 정동영, 박근혜, 천정배, 추미애 씨 등 한국 정치인들의 이름을 꼽아가며 각자의 근황과 정치적 장래를 궁금해 했다. 개인적으로는 연배가 비슷한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몇 차례 한일 관계 등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어 호감을 갖고 있으며, 박근혜 대표에게도 좋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진지하다’는 평판이 정치인으로서는 약점이라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정색을 하며 “오히려 강점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일본 국민 1억3000만 명의 생명과 재산, 행복이 총리 한 사람의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진지해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세간의 예측을 뛰어넘는 고이즈미 총리의 좌충우돌 행보를 겨냥하면서 ‘나는 다르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들렸다.



▼오카다 가쓰야 대표는

△1953년 미에(三重) 현 출생

△1976년 도쿄대 법학부 졸업

△1976∼88년 통상산업성 근무

△1990년 중의원 의원 당선

(현재 5선)

△1993년 자민당 탈당

△1998년 민주당 창당 참가

△2002년 12월 민주당 간사장 △2004년 5월 민주당 대표

△술 담배 안함

△좌우명: 대기만성(大器晩成)



도쿄=박원재 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