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국민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던 살인사건 재판이 열린 법정에서 피해자와 살인범의 어머니가 서로를 끌어안고 따뜻한 포옹을 나누었다고 뉴질랜드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모두 12명으로 구성된 이 사건의 배심원단이 22일 크라이스트처치 고등법원 법정에서 진행된 평결에서 지난 해 1월 애인이었던 소피 엘리엇(22)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클레이턴 웨더스톤(33)에게 살인죄를 인정하는 판정을 내린 직후였다.
이번 재판이 많은 관심을 모았던 것은 더니든에 있는 오타고 대학의 경제학 강사였던 웨더스톤이 학생이자 애인이었던 엘리엇을 무려 216차례나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등 범행수법이 잔인하기도 했지만 웨더스톤이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에 대해 전혀 뉘우치는 기색 없이 엘리엇의 도발로 인한 과실치사였다고 주장하면서 과연 배심원단이 살인죄와 과실치사죄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지가 막판까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심원단은 만장일치로 죄질이 더 무거운 살인죄를 적용한다는 평결을 발표했고, 그 순간 재판정에는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소리들이 터져 나왔다. 웨더스톤은 별다른 감정의 동요를 보이지 않았다.
자신의 집 침실에서 딸이 흉기로 난자당하는 순간 집에 있다 신음소리를 듣고 달려가 잠긴 문틈으로 살인현장을 맨 처음 보았던 엘리엇의 어머니 레슬리는 평결을 듣고 난 뒤 남편 등 가족들과 포옹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했다.
그리고는 이틀 전까지만 해도 엘리엇의 증거들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던 피고측 변호사 주디스 애블렛-커를 찾아가 역시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그 때 배심원단 대표가 엘리엇의 아버지에게 다가와 귀엣말을 한 뒤 잠깐 밖으로 나가더니 살인범인 웨더스톤의 가족들이 나타났다.
엘리엇의 어머니 레슬리는 웨더스톤의 가족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으나 그들에게 정중한 태도를 갖고 있음을 충분히 엿볼 수 있게 행동했다. 그들 역시 가까이 끌어당겨 안아주었던 것이다.
레슬리는 이에 대해 "우리들은 부모다. 그들도 우리와 같다. 우리에게 힘든 것처럼 그들에게도 무척 힘든 시간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레슬리는 이날 아침 3주 동안 진행된 재판의 평결을 지켜보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는 웨더스톤의 동생 가레스를 향해서 가벼운 미소로 인사를 나누기도 했었다.
웨더스톤의 가족들은 자신들도 피해자인 엘리엇 가족들을 늘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웨더스톤의 아버지는 "우리들의 마음은 귀한 딸을 잃어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을 엘리엇 가족들 마음과 똑 같다"고 말했다.
레슬리는 법정 밖으로 나온 뒤 그 동안 재판과정에서 보내준 많은 사람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며 "뉴질랜드는 정말 좋은 나라"라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나보고 강하다고 하는데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성원을 보내주었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삶이 결코 딸이 살아있을 때와는 같지 않겠지만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많은 성원을 받는 것은 행운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그것이 우리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웨더스톤에 대한 형량선고는 9월 15일에 있을 예정이다.
(오클랜드<뉴질랜드>=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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