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조절/약물요법

신약 뺨치는 기발한 ‘전달기술’ 개발

淸潭 2008. 7. 26. 21:59

신약 뺨치는 기발한 ‘전달기술’ 개발

먹기는 쉽게…약효는 높게…

 미국 제약업체 BMS의 당뇨병치료제 ‘굴루코파지 XR’은 알약이다. 이를 먹으면 위에 들어가 네다섯 배 정도로 부풀어 오른다. 위에서 내려와 소장 입구의 잘록하게 좁아지는 곳(유문)에 커다랗게 부풀어 오른 알약이 걸려 더 이상 소장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 아이디어다. 그곳에서 종일 약물을 방출해 치료 효과를 보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는 수시로 약을 먹어야 하고, 때로는 약 복용 시간을 맞추지 못해 병세가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신약 개발 못지 않게 약효가 잘 나타나도록 약물이 환부에 잘 전달되고, 환자들을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자들은 약물의 약효는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약물 전달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신약 개발업체인 포휴먼텍 이동호 이사는 “제약회사들이 신약 개발보다 기존 약물의 단점을 약물 전달 기술로 개선한 약품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위에 머무는 시간 늘려라=상당수의 약은 입으로 먹는다. 이 때문에 위에 오래 머물며 약 성분을 계속 방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음식물처럼 소장으로 내려가 버려 약 성분이 제대로 방출, 흡수되는 시간이 적다. BMS처럼 알약을 부풀게 하는 방법도 있지만 위의 체액에 떠 있게 하거나 약을 위벽에 접착제로 붙이는 방법도 있다.

 위 체액 위에 알약이 떠 있게 하는 방법은 알약이 위액과 반응하면서 이산화탄소 가스를 방출하도록 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알약에서 이산화탄소가 방출됨에 따라 알약이 가벼워져 뜨도록 하는 것이다.

 특허청 김범수 특허 심사관은 “약물의 위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한 특허가 급증하고 있는 데 주로 위에서 알약이 부풀어 오르게 하는 기술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당뇨약 코로 흡입=화이자는 2006년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을 분말로 만들어 코로 흡입하게 하는 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인슐린을 주사가 아닌 방법으로 복용하게 하려 했으나 대부분 실패했었다. 분말 인슐린을 코 안에 뿌리면 호흡을 통해 폐로 들어간다. 그러면 혈당 저하 효과는 10~20분 만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약 2시간 지나면 가장 커진다. 약효 지속 시간은 약 6시간이다.

 인슐린을 ‘파스’처럼 피부에 붙여 몸에 주입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파스 표면에는 약간 까칠하다는 정도의 느낌이 드는 극히 작은 침을 촘촘히 만들고, 그 침을 통해 약물이 피부로 스며들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 실용화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3초 내에 녹아=알약을 물 없이 먹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첨단 기술은 입에 넣자마자 물 없이도 침만으로 3초 이내에 녹게 만든다. 미국 캐타렌트사는 항구토제 알약을 특이한 방법으로 만들었다. 현탁액을 틀에 부어 굳히지 않고 동결 건조했다. 알약에는 무수히 많은 구멍이 있어 모세관 현상으로 침이 알약 속으로 순식간에 들어가 녹이도록 한 것이다. 환자가 편하게 약을 먹고, 약물도 구강에서부터 흡수되도록 한 아이디어다.

 ◆입자 크기를 줄여라=다국적 제약업체 엘란은 잘 녹지 않는 면역억제제와 항구토제·고지혈증 치료제, 암환자용 식욕촉진제 등 원료를 가능한 한 작게 만들었다. 표면적을 넓게 하는 전략이다. 만약 표면적이 6㎠인 정육면체 약물을 8개로 쪼개면 표면적은 12㎠가, 64개로 쪼개면 24㎠가 된다. 표면적이 넓으면 넓을수록 약물은 잘 녹는다.

 동아제약 연구소 장선우 책임연구원은 “약물 전달 시스템(DDS)은 제약 기술의 새로운 흐름”이라며 “약 복용 횟수를 줄이거나 환부에만 약물이 닿도록 하는 등 다양한 용도로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약물 전달시스템(DDS)=Drug Delivery System을 번역한 것이다. 약물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가장 효과적으로 환부에 투여해 치료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기존에 효과가 약하던 약물도 성분을 바꾸지 않고, 약물 전달 기술만 새롭게 해도 좋은 약이 되는 경우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