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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본 '건국 60년, 60대 사건]' [11]'우리말 큰사전' 완간

淸潭 2008. 7. 7. 15:57
  • [사진으로 본 '건국 60년, 60대 사건' '문화 광복'… 되살아난 우리말
  • [11]'우리말 큰사전' 완간
  • 유석재 기자 karma@chosun.com
    입력 : 2008.06.25 00:43 / 수정 : 2008.06.25 05:34
    • "원고가 다 어디로 갔단 말이오?"

      1945년 8월 광복과 함께 감옥에서 풀려난 조선어학회 회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1942년 일어난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회원 33명이 일제에 붙들려 가 혹독한 고초를 당했다. 당시 편찬 중이던 사전의 원고를 압수당한 뒤로 그 행방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모두 불탄 것은 아닐까. 눈앞이 캄캄했다.

      '우리말 큰사전'이 처음 계획된 것은 일제의 강점 통치가 점차로 더 엄혹해지던 1929년이었다. 조선어사전 편찬회는 발족 취지문에서 "언어의 정리와 통일을 급속히 꾀해야 문화가 촉성하는 것이며, 그를 실현할 최선의 방책은 사전의 편성"이라고 선언했다. 조선어학회의 전신인 조선어연구회가 1936년 이 사업을 계승했다. 그들은 "말과 글을 잃으면 민족도 멸망한다"고 가르친 국어학자 주시경의 제자였으며 1933년에는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제의 탄압 아래 사전 편찬은 중단됐고, 원고마저 사라져 버렸다.
    • 1957년 10월 9일‘우리말 큰사전’6권 완간 당시 한글학회 관계자들의 기념 사진. 앞줄 왼쪽부터 이강로?권승욱?정인서?정인승(편찬 주간)?류제한?한종 수씨. 아래 작은 사진은‘우리말 큰사전’이 곧 간행된다는 내용을 보도한 1956년 4월 17일자(석간) 조선일보 지면. /한글학회 제공
    • 그런데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1945년 9월, 서울역 운송부 창고에서 그 원고가 고스란히 발견됐다. 일제가 재판의 증빙 자료로 법원에 이송하려던 것이 거기에 방치돼 있었던 것이다. 원고를 손에 든 회원들은 잃어버린 자식을 되찾은 듯 눈물을 쏟았다. 그들은 1947년 10월 사전의 첫 권을 간행하고 1949년 '한글학회'로 단체명을 바꿨다. 미국 록펠러재단으로부터 종이와 잉크를 지원받아 남은 책을 발간하던 중 6·25가 터지자 발간 못한 원고를 땅속에 묻어 두었다.

      1957년 10월 9일 한글날, 28년의 세월 동안 온갖 풍상을 겪었던 '우리말 큰사전'(을유문화사) 6권이 마침내 완간됐다. 16만 4125개 어휘에 방언·고어·전문용어를 포함한 이 사전은 훈민정음 반포 511년 만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한글 대사전이었다. 최현배 한글학회 이사장은 머리말에서 "민족 문화를 창조하는 이로운 연장이 되며, 창조된 문화재를 거두어 들여 앞으로 자꾸 충실해 가는 보배로운 곳집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광복 12년 만에 진정한 '문화의 광복'이 이뤄졌던 것이다.

    • 1957년 10월 9일 한글날 기념식에서 한글학회 관계자들이 그날 발간된 '우리말 큰사전' 전 6권을 국민을 대표한 이기붕 민의원 의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당시의 대한뉴스 화면. /유석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