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조계종

[이것이 한국불교 최초]4. 불화

淸潭 2008. 6. 23. 13:54
[이것이 한국불교 최초]4. 불화
 
754년 그린 화엄경 변상도가 국내 소장 最古
기사등록일 [2008년 06월 17일 화요일]
 

『삼국사기』열전(列傳) 등 문헌에 따르면 신라시대에 유명한 화가 솔거가 있어 황룡사 벽에 노송도(老松圖)를 그렸고, 고구려 승려 담징과 그 제자들은 일본에 건너가 법륭사 금당의 벽화를 그렸다. 새들이 앉으려다 부딪쳐 떨어지는 일이 잦았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을 그렸던 솔거는 황룡사 벽화 외에도 분황사의 관음보살과 진주 단속사의 유마거사상을 그리기도 했다. 하지만 담징이 그린 일본 법륭사 금당벽화는 1949년 화재로 소실되기 전까지 남아 있었던데 반해 안타깝게도 솔거가 그린 그림들은 자취조차 알 수 없다.

고구려 장천 1호분 예불도가 최고

이처럼 사찰에 그려진 모든 그림을 불교회화, 즉 불화(佛畵)라고 한다. 그러나 ‘불교의 종교적 이념을 표현한 그림’으로 요약할 수 있는 불화가 언제 어디서 처음 그려졌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길은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열전 등 일부 문헌에 의해 지금은 볼 수 없는 불화가 존재했었다는 정도만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현재 남아 있는 우리나라 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 불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5세기 초반에 축조된 고구려 집안의 장천 1호분 벽화에 있는 예불도를 꼽고 있다. 장천 1호분은 예불도 이외에도 연꽃, 비천 등 불교적 도상을 갖고 있어 불교의 영향을 받은 고분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위치가 중국 집안이기 때문에 직접 소유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소장하고 있는 불화 중 가장 오래된 작품은 사경인 『대방광불화엄경』 변상도다. 통일신라 경덕왕 13∼14년(754∼755) 황룡사의 연기법사가 발원해 백지에 금물로 그렸고, 다행히 현재 두 조각이 남아 있다. 1979년 국보 제196호로 지정된 변상도는 세로 29cm 가로 1390.6cm이며 호암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두 축의 『화엄경』과 함께 발견된 이 변상도는 43∼50권의 표장화(表裝畵)다. 발문에 경전의 불보살상은 의본, 정득, 광득, 두오 등이 그렸다고 적혀 있어 안쪽의 변상도 역시 이들이 그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변상도가 단편적으로 8세기 중엽 통일신라시대의 불교화풍을 짐작할 수 있으며, 당시의 불교조각과 마찬가지로 당대(唐代)의 미술과 밀접한 교류를 유지하면서 회화도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가 경전을 사경하면서 그려 넣은 것이라면, 예배의 대상으로 그려진 불화 가운데 현재 국내 소장으로 가장 오래된 작품은 노영이 그린 아미타구존도다. 아미타팔대보살도라 불리기도 하는 이 불화는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고 1307년 선원사의 반두 노영이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아미타구존도는 화면을 상하 2단 구도로 나누어 위에 아미타불을 크게 그렸고 밑에는 8대보살을 배치해 마치 보살들이 아미타불을 떠받치는 것과 같은 구성이다.

예배용은 노영作 아미타구존도

아미타구존도보타 앞서 1286년에 그린 화기가 남겨진 고려불화 아미타여래도는 일본은행이 소장하고 있으며, 이 불화가 화기가 있는 작품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는 일본에서 들여온 고려불화가 늘어나면서 등록되지 않은 옛 불화가 많아졌다. 동국대 문명대 교수는 “등록된 불화 가운데 아미타구존불을 가장 오래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긴 하지만 이보다 연대가 앞서는 1300년 전후 작품이 여러 점 존재하는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위에서부터) 대방광불화엄경 변상도, 아미타구존도, 부석사 조사당 벽화, 일본 소장 아미타여래도.

부석사 조사당 벽화도 고려불화

사찰 건물의 벽면에 직접 그린 벽화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부석사 조사당 벽화로 국보 제46호로 지정돼 있다. 이 벽화는 부석사를 창건하고 우리나라에서 화엄종을 개창한 의상대사를 모시고 있는 부석사조사당(국보 제19호) 안쪽 벽면에 사천왕과 제석천·범천을 6폭으로 나눠 그렸다. 현재는 벽면 전체를 그대로 떼어내서 유리상자에 담아 무량수전에 보관중이다. 흙벽 위에 녹색으로 바탕을 칠하고 붉은색, 백색, 금색 등으로 채색했으며 6폭 벽화의 크기는 각각 길이 205cm, 폭 75cm 정도다. 조사당에서 발견된 기록을 통해 조사당을 세운 연대가 고려 우왕 3년(1377)임을 알 수 있어, 이 벽화 역시 같은 시기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나라에 남아 있는 벽화 가운데 가장 오래된 작품이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불화들은 이처럼 고구려 집안 장천 1호분 벽화 예불도, 『대방광불화엄경』변상도, 아미타구존도, 아미타여래도, 부석사 조사당 벽화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불화의 꽃을 피웠다는 고려시대 불화의 백미는 역시 널리 알려진 수월관음도가 꼽히고 있다.

그리고 임진왜란을 전후해 전기와 후기로 구분하는 조선시대 불화 중에서는 무위사 극락전 벽화가 가치를 높이 인정받고 있다. 1476년 성종 7년에 그려진 무위사 벽화는 본존불 뒤쪽 벽에 아미타후불 벽화가 그려져 있고, 그 뒷면에 수월관음도와 아미타내영도, 석가설법도 등이 있다.

심정섭 기자 sjs88@beopbo.com


953호 [2008-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