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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삶 어느 부부의 안타까운 결혼식

淸潭 2008. 6. 3. 17:22

<시한부 삶 어느 부부의 안타까운 결혼식>

연합뉴스 | 기사입력 2008.06.03 15:40


(파주=연합뉴스) 김세영 기자 = "이제 인생의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는 남편을 위해 꼭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습니다"

간경화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남편과 아내가 8년 만에 늦깎이 결혼식을 올려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파주 심학산 꽃축제 행사장에서는 3일 오후 파주시가 마련한 아주 특별한 결혼식이 열렸다.
김순중(41.파주시 조리읍), 김동화(41) 씨 부부는 이날 합동결혼식에서 다른 7쌍의 부부와 함께 하객의 축하를 받으며 혼인서약을 했다.

아내 동화 씨는 남편 순중 씨가 지난해 간경화 선고를 받은데 이어 올해 초 1년 시한부 판정을 받자 남편을 위해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다.

가정형편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던 결혼식을 올리지 못한 채 남편을 떠나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때마침 파주시가 시민합동결혼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서를 내 결혼식을 올리게 됐다.

이제 동화 씨는 그가 간절히 원하던 남편과의 결혼식 사진을 간직할 수 있게 됐다.
두 사람은 2001년 지인의 소개로 만나 3개월의 열애 끝에 부부의 연을 맺었다.
빈 손으로 시작하다 보니 돈벌이에 바빠 결혼식은 커녕 혼인신고조차 시기를 놓쳤다.
부부는 파주에서 포장마차를 하며 3년간 돈을 모아 작은 빌라를 얻었지만 2005년 단속이 강화되면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은 지난해 5월 관절염으로 병원을 찾았다 간경화 판정을 받았다.
살고 있던 집을 팔아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남편의 병세는 악화됐다.
당시 동화 씨는 아이를 갖지 못하다 결혼 5년 만에 임신에 성공해 출산을 2개월 앞두고 있던 때였다.

동화 씨는 울면서 밤을 지새는 날이 많았지만 귀하게 얻은 아들(2)을 위해서라도 부부의 가장 뜻깊은 순간을 추억하고 싶다는 생각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결심했다.

월세 30만원과 생활비를 벌기 위해 학교 청소일을 하느라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일상을 맞고 있지만 단 하루라도 고생스런 현실을 잊고 두 사람만의 행복한 순간을 맞고 싶었다.

동화 씨는 "함께 밤새워 장사를 하고 고생했던 남편은 평생의 연인이자 친구"라며 눈시울을 적셨다.

thedopest@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