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禪이야기

문없는 문은 어떻게 여나

淸潭 2008. 2. 25. 19:53
 

문없는 문은 어떻게 여나  

 

선승들이 간화선 수행법 책으로 펴내
'화두는 누구에게 받나' 등 구체적 방법 일반 첫 공개

“화두(話頭)라는 꽉 닫힌 문 없는 관문을 뚫고 나간 뒤라야 생사를 벗어나 조사(祖師)가 될 수 있다.”
산중(山中)의 선승(禪僧)들 세계에서만 이어져 내려오던 전통 간화선(看話禪·화두를 들고 참선하는 전통 불교 수행법) 수행방법론이 베일을 벗었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 편찬위원회와 조계종 교육원 불학연구소는 최근 공동으로 ‘간화선-조계종 수행의 길’을 펴냈다. 선승들이 나서서 ‘간화선’을 편찬하게 된 것은 ‘간화선 위기론’ 때문. 마음공부에 대한 열기가 확산되면서 남방불교의 ‘위파사나’ 등 외래 수행법이 유행하는 등 전통 간화선 위기론이 대두된 것. 또 ‘간화선이 너무 어려운 것, 신비한 것으로 오해되고 있다’는 반성도 있었다.

‘간화선-조계종 수행의 길’은 전국의 선원장급 선승들이 2년 반 동안 10차례 회의를 거듭해 펴냈다. 일부 내용을 두고 견해 차이로 편찬작업이 무산될 위기를 겪을 만큼 격론 끝에 완성됐다. 우리 불교 역사상 처음으로 일반에 수행방법을 공개하는 것이다.
 

‘기초’ ‘실참(공부)’ ‘깨달음의 세계’ 등 3부로 구성된 ‘간화선’의 대전제는 “누구나 본래 부처인 만큼 출가·재가자의 구분 없이 제대로 간화선 수행을 하면 본래의 부처자리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참선공부법도 상당히 구체적으로, ‘화두는 언제 누구에게 받을 수 있는가?’ ‘화두는 평생 하나만 참구해야 하는가?’ ‘조실 스님이 법문하고 있을 때 질문할 수 있는가?’에 대해 답한다. ‘외도 수행으로 신통력을 얻어 중생들의 전생이나 앞날을 예언하고 불치병을 고쳐 주기도 하는 자’ 등은 ‘절대로 의지해서는 안 되는 스승’이라고 꼭 집어 지적하기도 한다.

지난 3일 이 책의 봉정법회를 가졌지만, 일부 스님들은 ‘가르침 밖에서 따로 가르침을 전하고(敎外別傳), 문자에 기대지 않는(不立文字)’ 간화선을 문자로 풀어낸 데 대한 우려도 솔직히 고백했다. 조계종은 종단 홈페이지(www.buddhism.or.kr)에 ‘간화선 정보센터’를 열고 일반인의 질문도 받는다.

김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