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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궁궐모습 담은 유리건판 사진 첫 공개

淸潭 2007. 12. 27. 18:10
옛 궁궐모습 담은 유리건판 사진 첫 공개


이전되기 전 광화문
경복궁 정문인 광화문. 1927년 조선총독부 건물을 지을 때 건춘문 동쪽으로 이건되기 전 모습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식민지시대 유리건판 사진으로 이를 확대하면 ''이란 현액 글씨가 뚜렷하다. 나아가 그 전면 월대를 포함한 광화문 전경이 비교적 잘 드러난다. 열린 우협문 안으로 보이는 흰색 가건물 지붕 일부는 1915년 조선물산공진회 당시 건물로 추정된다. 이로써 보건대 조선총독부 청사 착공 직후에 촬영했다고 판단된다. [연합]

일제에 의해 훼손되기 전의 조선시대 궁궐 모습이 담긴 유리건판 사진들이 처음으로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김홍남)은 소장 유리건판 사진 중 조선 궁궐 관련 사진 500여점을 선보이는 '궁()-국립중앙박물관소장 유리건판 궁궐사진' 기획전을 28일부터 내년 2월10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한다고 27일 밝혔다.

유리건판은 유리판 위에 젤라틴을 발라 건조시킨 것으로 롤필름이 개발돼 대중화되기 전까지 널리 쓰이던 근대 방식의 사진 기술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09-1945년에 촬영된 조선총독부박물관의 미공개 유리건판 사진 3만8천여장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중 궁궐관련 사진을 선별해 이번 전시회에서 초로 공개한다.

특히 궁궐 사진 중에는 일제에 의해 왜곡, 훼손되기 전의 궁궐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많이 포함돼 있어 앞으로 궁궐의 복원과 관련 분야 연구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사진들을 통해 광화문 현판을 비롯해 창경궁 앙부일구(해시계)의 원래 모습,경복궁 자경전 꽃담의 훼손 전 모습, 창경궁내 이왕가박물관의 자격루(물시계) 전시모습, 변형되기 이전의 경복궁 광화문과 육조거리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자경전(殿)의 어제와 오늘
원래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이 1867년 조대비()를 위해 지은 경복궁 자경전. 이곳은 이후 두 차례 화재를 만났다가 1888년(고종 15) 재건됐다. 꽃담으로 유명한 이곳 서측 담장에는 꽃 문양이 베풀어져 있다. 문양은 꽃 아홉 개와 문자 아홉 개가 서로 짝을 이루고, 나머지 한 개는 꽃과 나비 등을 조합한 것이다. 현재의 자경전 꽃담에는 아홉 개가 아닌 여덟 개 꽃 문양이 남아 있다. 왼쪽이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식민지시대 유리건판 사진이며 오른쪽은 그 현재 모습. [연합]


일월오봉병()의 어제와 오늘
조선국왕 용상 뒤에 설치한 그림병풍인 일월오봉병으로 식민지시대 유리건판에 촬영된 경복궁 근정전(맨위)과 덕수궁 중화전(가운데) 작품. 이에는 한결같이 해와 달 부분에 금속판이 붙어 있으나 현재의 일월오봉병(맨 아래)에는 이 금속판이 없다. [연합]

또 임금의 용상() 뒤에 설치된 그림 병풍인 일월오봉병()의 일월부분에 지금은 남아있지 않은 금속판이 부착된 모습과 영추문, 사정전, 흥화문 등 전각 문루들의 원래 모습 등을 담은 사진도 있다.

이밖에 1935년 건청궁 터에 총독부종합박물관을 짓기 위한 지진제()를 지내는 모습, 1926년 경복궁의 서문인 영추문() 붕괴사고 장면, 1922년 이왕세자(영친왕)의 고국방문 모습 등도 사진에 담겨있다.

전시회에서는 유리건판 실물과 카메라, 상량문, 현판 등 관련 자료와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김홍남 관장은 "오래전 사진이지만 선명도나 구도 등이 훌륭해 놀랐다"며 "훼손된 조선궁궐의 모습을 마음 속으로나마 복원할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김봉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이번에 공개되는 사진 기록은 일제에 의한 파괴와 왜곡의 기록까지 포함해 역사적 고증을 위한 가장 정확한 사료일 뿐 아니라 진정한 우리 궁궐의 건축적 아름다움을 알게 하는 가장 훌륭한 전달자"라고 평가했다.

박물관은 나머지 유리건판 사진들도 테마별로 정리해 차례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