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책 속의 향기

물고기 지느러미가 어떻게 새의 날개가 됐을까

淸潭 2007. 7. 29. 10:22
물고기 지느러미가 어떻게 새의 날개가 됐을까
 
이보디보: 생명의 블랙박스를 열다

션 캐럴 지음|김명남 옮김|지호|439쪽|1만8000원
케냐의 탁 트인 초지에서 얼룩말 떼가 풀을 뜯는다. 치타는 전속력을 내는 지프차를 앞질러 달린다. 열대 우림의 나무뿌리에서는 적록 반점을 지닌 독화살개구리가 울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산호섬의 얕은 물에는 더 기이하고 멋진 형태의 물고기들이 산다. 숱한 동물들의 몸체 크기, 형태, 조직, 색깔을 보고 있으면 자연스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저들은 어떻게 생겨나 어떻게 진화했을까?’

다윈, 월리스, 베이츠의 시대나 그 이전까지 올라가는 오랜 물음이지만 깊이 있는 대답은 최근에야 등장하기 시작했다. 하나의 세포가 크고 복잡하고 조직적이고 패턴화된 생명체로 바뀌어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이 책은 다양한 형태들을 빚어내는 생물학적 과정을 이해하는 데까지 나아간다.

모든 동물의 형태는 두 가지 과정의 결과다. 수정란으로부터의 발생, 그리고 선조로부터의 진화다. 발생은 수정란을 배아로 성장시키고 성체로 자라게 하는 과정인데, 그 형태의 진화는 발생 과정의 변화를 통해 이뤄진다. 하루(파리 구더기), 몇주(생쥐), 몇달(사람) 만에 하나의 수정란이 수백만 개, 수십억 개, 십조 개의 세포로 자라 몸체와 각종 기관, 조직들을 이루는 과정은 경이롭다.

동물 설계는 블록 쌓기와 흡사한데 기본 원칙은 이렇다. 첫째, 서로 연관관계에 있는 동물들은 몸은 엇비슷한 부속들로 구성돼 있다. 둘째, 같은 종류의 부속들이 여러 개 반복된 몸 구조를 지니고 있다. 화석을 보면 진화가 부속들을 반복 사용하는 모듈 구조를 폭넓게 채택함으로써 설계를 발전시켜왔음을 알 수 있다. 복잡해 보이는 나비 날개도 몇 가지 반복적인 무늬로 전체가 짜여져 있다.

생물학자들은 초파리의 호메오 돌연변이들에 사로잡혔다. 머리에서 다리가 튀어나온 파리, 날개 두 짝이 더 달린 파리, 입 쪽에 발이 달린 파리…. B급 공포영화 주인공 같은 이 괴물들은 단 하나의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나 생긴 것이다. 초파리의 호메오 유전자들은 두 개의 복합체로 나뉘어 나란히 모여 있는데, 놀랍게도 두 복합체 속 유전자들의 순서가 그들이 영향을 미치는 신체 부위의 순서와 일치했다. 종(種)이 달라도 ‘호메오박스’(호메오 유전자들에 공통되는 180개 염기쌍 서열이 작은 상자 모양을 하고 있는 부분) 염기서열과 위치는 거의 동일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보디보(Evo Devo)는 진화발생생물학의 애칭이다. 이 분야의 석학인 저자는 지난 20년 가까이 진화생물학과 발생생물학의 결합으로 이뤄진 연구성과들을 소개한다. 물고기 지느러미가 어떻게 육상동물의 다리와 날개가 되었는지 등을 발생 과정까지 담아 설명해 훨씬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있다. 원제 ‘Endless Forms Most Beautiful’.

박돈규 기자 , coeur@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