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탈선? 사총사에게 맡겨요
허리케인 닥쳐도 모두 구했으니까
초란 드르벵카 글, 올레 쾨네케 그림, 문성원 옮김 시공주니어, 232쪽, 7000원, 초등 고학년 이상 학교가 허리케인에 휩쓸려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버린다면, 어마어마하게 큰 곰을 만난다면, 멈추지 않고 달리는 기차를 타게 된다면 어떨까. 만화영화에서나 봤을 법한 그런 상황에서 모든 사람을 구해내는 영웅이 된다면 얼마나 짜릿할까. 이야기에 등장하는 네 명의 소년 루돌프.아일랜드.스니커즈.시멘트가 바로 그랬다. 이름이 왜 이따위냐고는 묻지 말길. 뭐가 진실인지 헷갈리게 하는 게 이 소설의 매력이니까. 지하 체육관에서 농구를 하다 갑자기 정전이 돼 밖에 나가보니 허리케인 때문에 학교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반바지 체육복 차림의 네 소년은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뚫고 마을까지 달려가 소방차를 운전해와서 지하실의 친구들을 구해낸다. 아이스하키 경기장에서 경기장 밖으로 날아간 퍽을 찾다가 차에 갇힌 채 눈 속에 파묻힌 임산부의 출산을 돕기도 한다. 집에서 공포 영화를 보다 커다란 곰이 불쑥 나타나는 바람에 혼비백산하지만, 갑자기 곰이 소파에 누워 겨울잠에 드는 바람에 위기를 벗어나는 일도 겪는다. 타고 가던 기차가 탈선할 위험에도 놓인다. 당연히 네 소년이 나서서 기차를 세우는 데 성공했다. 소설은 여러 번의 모험 때문에 유명인사가 된 이들이 방송국에 출연해 순서대로 '반바지 부대'로 불리게 된 이유 등 경험담을 말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각각의 이야기는 황당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러나 어떤 모험을 벌이든 네 소년이 함께하며 따뜻한 우정을 지켜나간다는 것엔 변함없다. 등장인물 중 '시멘트'의 캐릭터는 가장 독특하다. 늘 다른 세상에라도 살고 있는 듯 엉뚱하고 모든 일에 한 박자씩 느리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를 따돌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이해하며 함께한다. 책의 말미에는 '진짜 작가 초란 드르벵카와의 인터뷰'가 실려 있다. 분명히 책의 날개에는 '빅토어 캐스팩'과 '이브 라누아'가 지은이라고 적혀 있는데 말이다. 캐나다를 배경으로 한 이 소설은 사실 독일의 유명 어린이 문학 작가 초란 드르벵카의 작품이다. "비밀에 싸인 책을 하나 내고 싶었다"는 그는 마치 실제 캐나다의 유명 인사인 '반바지 부대'의 무용담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처럼 가장했다. 독일 문학계에선 진짜 작가가 누구인지에 대한 온갖 추측이 난무했단다. 한국어판에는 친절하게 진짜 작가의 인터뷰를 발췌해 실었다. 그런 사정을 모른 채 책을 읽는다면, 책의 막바지에 이르러서야 '이게 뭐지?'라며 혼란에 빠질 수 있을 듯하다. 좀 혼란스러우면 어떠랴. 뒤죽박죽 엉뚱하게 상상력을 뻗어가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입맛엔 딱 맞을 듯하다. 겉보기엔 황당하고 우스꽝스러워 보이는 모험담이지만, 그 속에는 가슴을 따뜻하게 만드는 온기가 스며있다. 특히 '시멘트'가 이야기를 하는 마지막 에피소드에 추리소설로 치면 반전이 숨어 있다. 이경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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