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의 진실/황우석사건

‘늑대 복제’ 성공률 부풀린 의혹…‘스너피’ 통계 왜곡

淸潭 2007. 4. 3. 11:56

 

‘늑대 복제’ 성공률 부풀린 의혹…‘스너피’ 통계 왜곡

 

서울대 수의대 이병천 교수팀이 최근 발표한 늑대 복제 논문에 결정적인 통계 오류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늑대 복제 성공률과 개 2마리 복제(2005년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팀의 네이처 논문) 성공률을 비교하면서 복제에 성공한 개의 숫자를 일관성없이 제시한 것이다.

이는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줄기세포 논문조작을 밝혀낸 브릭(생물학연구 정보센터)을 통해 제기됐다. 이교수는 이에 대해 “단순 실수”라고 했지만 동물복제 연구에서 성공률이 핵심요소인 점을 감안하면 파장이 예상된다.

2일 브릭에서 ‘berry’라는 아이디로 활동하고 있는 연구원에 따르면 이교수팀은 동물 복제 분야 학술지 ‘클로닝 앤드 스템셀즈(Cloning and Stem cells)’ 3월호에 게재한 늑대복제 논문에서 복제개 ‘스너피’ 복제 성공률을 0.09%로 적었다. 복제수정란 1095개를 사용한 끝에 1마리를 복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울대 수의대팀은 2005년 8월 스너피 복제를 발표한 ‘네이처(Nature)’지에 대리모 123마리에서 2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복제 개 2마리 가운데 1마리는 20여일 만에 폐렴으로 죽고, 나머지 1마리는 생존했다.

이교수팀은 복제에 성공한 개를 1마리로 계산, 이번 늑대 복제 성공률이 기존 개 복제 성공률보다 9배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늑대 복제에는 251개의 복제수정란이 사용돼 2마리의 늑대가 복제됐으므로 0.80%의 성공률을 거뒀다는 것이다. 스너피 복제 성공률 0.09%와 비교하면 9배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복제에 성공한 개를 2마리로 계산하면 개 복제 성공률은 0.18%로 2배 높아지므로 늑대 복제 성공률이 4.5배 증가하는 데 그치게 된다.

이교수팀은 반면 대리모 마릿수로 복제 성공률을 계산할 때는 복제 개를 2마리로 계산했다. 123마리의 대리모를 통해 2마리가 복제돼 1.6%의 성공률을 거뒀다고 논문에 썼다. 이에 비해 늑대 복제는 12마리의 대리모가 동원돼 2마리를 복제해 16.7%의 성공률을 거둬 개에 비해 늑대 복제 성공률이 10배 이상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교수팀이 논문에서 복제 개의 숫자를 다르게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단순한 실수일까. 생명공학 연구자들은 복제 개의 수가 줄어 스너피 복제 성공률이 낮아진 것은 늑대 복제 성공률을 상대적으로 높이기 위한 의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늑대 연구 성과를 부풀리기 위한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브릭의 ‘berry’는 “‘산수’를 잘못한 것이 아닌 것 같다. 연구팀이 자신들의 연구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다고 봐야 할까요”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병천 교수는 이같은 의혹에 대해 “단순한 실수”라며 “(수정란으로 계산한 복제 성공률은) 0.09%가 아니라 0.18%가 맞다”고 말했다. 그는 또 “클로닝 앤드 스템셀지에 수정해 줄 것을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강병한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 황우석사건 본질도 ‘복제 성공률’

복제 효율성은 동물 복제의 핵심 요소다. 연구에 동원된 배아나 대리모에 비교해 복제된 동물의 숫자가 많을수록 연구 성과는 더 높은 평가를 받는다. 연구자 입장에서는 효율성 제고가 복제연구의 지상과제일 수밖에 없다. 연구자들이 복제 성공률에 집착하고 수치를 부풀리려는 유혹에 빠지는 배경이다.

2005년 국제적 파문을 일으킨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의 논문조작 사건 역시 ‘가시적 성과에 눈이 멀어 연구결과를 조작한 것’이란 결론이 난 바 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에서 황전교수는 총 185개 난자를 사용, 11개의 줄기세포를 만들었다고 주장했었다. 그렇다면 난자 17개(통상 여성 한명의 난자 기증 분량)당 줄기세포 1개를 만든 셈이다. 외신과 외국 과학계는 ‘효율성을 극대화시켜 연구 성과를 높였다’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조사결과 황전교수는 줄기세포를 전혀 만들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한 난자 숫자도 2000여개로 논문에 실린 수치보다 훨씬 많았다. 서울대가 눈앞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줄기세포 수 및 사용한 난자 수를 조작했다는 결론을 낸 것은 이 때문이다.

한용만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자연과학부)는 “복제 효율성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복제기술의 산업적 가치가 인정되기 때문에 (연구자들은) 높은 효율성을 강조하게 된다”며 “황우석 사건 때 우리가 기대에 부풀었던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고 말했다.

과학계는 이병천 교수팀의 늑대 복제 논문에 대해 “데이터 기재의 실수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규정했다. 정형민 포천중문의대 줄기세포연구소장은 “국제 학술지에 틀린 객관적 데이터를 올렸다면 명백하게 잘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선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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