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이야기/명법문 명강의

“만번 참구해야 참 화두 하나 얻는다”

淸潭 2007. 3. 4. 18:50
“만번 참구해야 참 화두 하나 얻는다”
 
남국선원 선원장 혜 국 스님
 
 
봉은사 ‘팔관재계 수계법회’에서


<사진설명>"가만히 놀다가 어느날 복원에라도 당첨되듯이 '툭'터지는 것은 도가 아니다" 혜국 스님은 부단한 노력을 최고의 수행으로 평가했다.

예전에 이곳 봉은사에 허응 보우라는 훌륭한 스님이 계셨습니다. 그분은 당시 국가에서 탄압하던 불교를 다시 중흥시키고 스님들이 보는 과거시험 승과를 다시 부활시키셨습니다. 그 스님들 참선 과거 시험을 봉은사 선불장에서 열었는데, 그 때 시험 문제가 바로 ‘本來淸淨한데 忽生無明이라’ 즉 본래 인간은 청정한데 왜 무량업장이 생기기 시작했느냐는 것입니다.

하루 종일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어서 보우 선사께서 시름에 겨워있을 때 당시 서산 대사가 터벅터벅 걸어와서 “本來淸淨本”이라고 벼락같은 소리를 질렀고, 그 한마디를 가지고 과거에 급제를 했습니다.


깨달음은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우리가 다만 깨닫지 못해서 그렇지 우리가 본래 다 부처다”라는 부처님 말씀을 되풀이하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마음을 깨닫는 불교 본연의 자세에서 깨어날 수 있는 실천적인 방법에 관해 얘기 해보고자 합니다.

허흥보 선사가 시험문제로 낸 것처럼 우리 마음이 본래 부처인데 왜 무명업자가 생기기 시작했느냐.

불교에서 말하는 무명이라는 것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처럼 어느 조상이 만들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낸 것, 즉 내가 나를 깨닫지 못함으로써 생겨나는 것입니다. 봉은사 법당이 깜깜했을 때 어떻게 하면 환해집니까. 전등 스위치를 키면 어둠이 바로 없어져버립니다. 죄라는 것도 어둠이라는 것도 본래 없었다는 원리를 알게 되면 없어지는 것입니다. 어둠만 없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나마저 없어져버립니다.

이 법당과 저 법당과의 차이는 벽이 있기 때문이죠? 벽만 허물어 버리면 한 허공이에요. 이 집이니 저 집이니 하는 망상이 끊어진다 이 말입니다. 망상이 끊어진 것을 알려면 삼세인과법을 분명히 믿어야 합니다. 결국 참선과 인과법은 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참선을 하려고 앉아있으면 저 끄트머리에 달려있던 생각까지 모두 떠오르는 것이 중생의 마음입니다. 예전에 좋아했던 아가씨, 어머니 생각이 나면 그 망상을 싫어하고 없애버리려고 하기 보지 말고 그것을 잘 들여다보십시오. 참선하는 사람들은 ‘아! 내가 전생에 이런 생각을 내 몸 안에 녹음해 놨구나. 이거는 놔두면 영원히 중생으로 남는데 이것을 천도를 시켜주자’라는 생각을 해야합니다.


참선과 인과법은 통한다

참선할 때 그 망상을 잡고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하면 그 망상이 관세음보살로 버립니다. 그러면 내 마음 밭에 있는 망상이라는 죄덩어리가 관세음보살로 변해버렸으니 내 마음 밭에는 죄가 있는 것이 아니라 부처님이 조성되는 것입니다.

한번하면 한번 한 만큼, 두 번하면 두 번 한만큼 쌓여갑니다. 한번의 참기도를 하기 위해서는 만번의 헛기도를 해야되고 한번의 참참선을 하려면 만번의 헛화두를 해야합니다. 가만히 놀다가 어느날 갑자기 복권이 툭 떨어지는 것은 도(道)가 아닙니다.

종교는 평소에 부단히 애를 써야하는 것입니다. 골프를 치는 사람도 얼마나 연습했느냐에 따라서 실력이 달라지고 붓글씨를 하는 수행하는 사람도 노력을 거듭할 때 자신이 달라지고 종교적인 신심도 커지는 것입니다.

나이들어서 수행하겠다는 사람은 안하겠다는 것과 같은 것입니다. 내가 할 수 있을 때 단 한번이라도 절을 더하고 단 한번이라도 기도를 더 해야 합니다. 큰스님께 가서 참선법을 물어서 어째서 내가 누구인가를 찾는다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입니다.

천상병 시인의 시 좥귀천좦에 보면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세상 소풍 끝내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여러분들도 이 세상 끝나고 나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정말 아름다운 삶입니다.


수행, 할 수 있을 때 해라

여러분들은 이 땅에 갑자기 온게 아닙니다. 전생 염라대왕 앞에서 이번에 가면 정말 잘 살다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온 것입니다. 저승에 떡 가보니까 내가 한마디 말한거 내가 남을 미워한거 내가 정법사에서 불전을 한 번 훔친 것들이 고스란히 비디오에 찍혀서 염라대왕이 그것을 보고 너는 저런 짓을 했으니 저길로 가거라 너는 저런 짓을 했으니 저길로 가거라 명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가면 정말 잘 살다 오겠다고 약속을 하고 왔는데, 여러분들이 마음공부를 제대로 안하면 그것은 맹세를 져버린 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절에 와서 절을하고 기도를 하고 법문을 듣고 참선을 할 때는 그 맹세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시간입니다. 이 법당이 내 원천이라고 믿으십시오.

어제 죽어가던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했던 그 참선! 내가 나를 찾아나서는 아름다운 여행! 내 마음의 그릇을 키우는 일을 하십시오. 시간만 나거든 하루에 단 10분도 좋습니다. 참선 공부 열심히 해서 그것을 바로 내 저승 창고에 놔두고 염라대왕에게 ‘나는 이거 가지고 왔소’ 하며 당당하게 내보이십시오.

내 마음에서 바람소리가 날 때, 우울증이 찾아올 때 당당히 내놓을 수 있는 자신을 만들어보십시오. 내 마음이 곧 부처다라는 믿음을 한 번 내면 내 창고에 모두 녹음이 되고 저축이 됩니다. 그 저축한 만큼 그 만큼 내 죄는 없어지고 그 자리에 연꽃향기가 올라오고 내 갈 길을 밝혀주는 마음의 등불이 됩니다.

고로 쉼없이 노력합시다. 눈으로 무엇을 보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눈으로 본 것을 내가 어떻게 정리하고 있는가? 내 귀로 무엇을 들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 귀로 들은 얘기를 어떻게 소화하고 있느냐? 내 입으로 무슨 말을 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한 말을 어떻게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계속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내가 곧 부처’라고 말씀해 주신 부처님. 그 은혜 갚기 위해서 나도 언젠가는 출가 소행자가 되어서 대도를 깨닫고, 이 곳에서의 수행이 다음 생의 밑거름이 되도록 가꾸고 노력하겠다는 원을 세우면서 오늘 법문을 마치겠습니다.


※이 법문은 11월 10일 봉은사 팔관재계 수계를 위한 큰스님 초청법회에 참가한 혜국 스님의 법문을 요약한 것이다.


정리·사진=탁효정 기자 takhj@beop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