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던 태양’이 다시 떠오른 힘은…
빌 에모트 지음|유강은 옮김|랜덤하우스코리아|1만원|176쪽
입력 : 2007.03.02 22:22
- ‘일본 부활’(The Sun Also Rises)의 저자 빌 에모트는 영국의 세계적인 경제지(經濟誌) ‘이코노미스트’의 편집장 출신이다. 일본 경제가 호황을 달리고 전 세계가 일본 배우기에 열중하던 시절인 1989년에 일본 버블 붕괴를 예측하는 ‘태양은 다시 진다’(The Sun Also Sets)는 책을 펴내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사람이다. 그가 16년만인 2005년 말, 이번에는 일본의 부활을 예고하는 책을 펴냈다. 2005년 말은 아직 일본 경제가 과연 부활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던 책이었고, 역시 그의 예언대로 일본은 2006년 이후 확연한 회복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는 일본의 부활 요인을 점진적인 개혁으로 꼽는다. 일본은 15년간 정치·경제 각 분야에서 조금씩 개혁을 실시했고 이런 개혁들이 쌓여 이젠 부활할 수 있는 준비를 끝냈다는 것이다. 그가 지적하고 있는 일본의 부활을 위한 개혁은 대부분 원대한 마스터플랜을 가진 누군가의 리더십에 의한 것은 아니고 그때그때의 일본의 상황에 따른 것이다. 예를 들어 그는 일본 기업들이 비정규노동자의 ‘파트타임제’를 활용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었고, 이것이 결국은 최근 파트타임뿐 아니라 정규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됐다는 취지로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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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일본적 자본주의’라고 표현했던 비(非)서구적인 경제관행들이 15년간 서서히 청산됨으로써 일본의 부활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주 위주의 기업경영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고 적대적 기업 인수합병(M&A)가 늘어났고, 공정거래위원회가 좀 더 과감하게 벌금을 부과, 좀 더 경쟁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는 점 등을 그는 일본 부활의 전조로 보고 있다.
그러나 빌 에모트가 얘기하는 일본 부활의 비결은 상당 부분 한국도 IMF쇼크 과정에서 겪었던 것이고, 현재는 오히려 그 부작용에 고민하고 있다. 반드시 한국 경제에 대한 나침반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는 다소 의문이다. 그는 향후 일본이 과거처럼 놀라운 성장을 하긴 힘들겠지만, 현재 일본 스스로가 1%대로 예측하는 잠재성장률은 잘못된 것이고, 훨씬 더 성장할 것이라고 본다. 과거 미국이 그랬듯 경쟁원리가 도입된 일본의 생산성이 앞으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일본 경제에 대한 그의 예언이 현재까지 정확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관심은 경제보다는 동아시아의 정치에 있는 듯하다. 철저하게 일본을 위주로 동아시아를 보는 그의 시선은 위화감을 느끼게도 한다. 그는 책의 3분의1 정도를 동아시아에서의 일본의 리더십을 담는 데 할애하고, 또 그 상당부분을 야스쿠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나 그는 기본적으로 일본의 민족주의는 한국과 중국보다 훨씬 온건하고 덜 우려스러우며 한국과 중국이 야스쿠니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일본이 한국과 중국의 악용을 막기 위해 야스쿠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야스쿠니 신사를 일본이 국유화한 다음에 야스쿠니에서 A급 전범을 분사해야 한다는 ‘돌출제안’을 내놓고 있다.
그는 또 중국은 앞으로 국내 정치적 문제로 흔들리게 될 것이며 한국은 남북통일에 따른 통일비용과 관련, 이웃 나라의 도움에 크게 의존할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때 일본이 아시아의 경제안정과 민주주의 성숙의 안내자로 나선다는 것이다. 에모트의 이런 생각은 우리에겐 위험하게 보이지만, 현재 서구 지식인들이 일본에 대해 갖고 있는 평균적 시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의 생각대로 중·일간의 역사적 경쟁이 재개되고,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일본이 아시아 공동체를 발전시킨다면, 이런 동아시아의 미래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질지 곰곰이 따져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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