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쇠 수액, 당뇨병 환자에겐 독 될 수 있다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전국의 산자락에는 고로쇠 수액을 찾는 사람들로 붐빈다.
고로쇠 수액이 건강에 좋다는 오랜 민간요법 탓이다.
고로쇠에 얽힌 얘깃거리는 오래 전부터 전해왔다.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의 접경지대이던 지리산에서 전투중에
병사들이 갈증으로 샘을 찾지 못하던 중,
화살이 꽂힌 나무에서 흐르는 고로쇠 수액을 마셨더니 갈증이 풀려 전투에 다시 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리산 반야봉의 반달곰이 포수의 화살에 맞았을 때,
산신령의 계시에 따라 고로쇠 수액을 마시고 깨끗이 나았다는 전설도 있다.
그렇다면 고로쇠 수액은 어느 정도의 영양 가치를 지니고 있는 걸까.
이뇨·위장병·통풍·관절염·산후통·고혈압 등에 효험이 있다는 민간요법과
뼈에 이로운 물이라는 속설에도 불구하고, 고로쇠 수액에 대한 연구결과는 거의 없다.
산림청 임업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1995년), 고로쇠 수액의 비중은 물과 비슷하고,
산도는 중성에 해당되는 5.5~6.7 범위에 있다.
화학성분 중 수액의 단맛을 나타내는 당(糖)성분은 포도당·과당·자당 등이다.
특히 고로쇠 수액에는 자당(蔗糖)이 많다. 자당은 과실류에 함유되어 있는 당 성분으로,
특히 사탕수수와 사탕무 중에 많다.
또 고로쇠 수액에는 각종 무기성분이 들어 있는데,
가장 많은 것이 칼슘과 마그네슘이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고로쇠와 거제수 나무의 수액을 분석한 결과에서는
여러 종류의 미네랄 성분과 다량의 당을 함유하고 있는 알카리성 수액이라는 것 정도이며,
인체에 대한 약리작용에 대해서는 꾸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결론이었다.
이 같은 분석결과에 대해 가정의학과 전문의인 여에스더(에스더클리닉) 원장은
“당류가 많아서 등산시 피로가 심하거나 탈진했을 때 빠른 회복이 가능한
비상용 음료로 유용했을 것”이라며 “천연 이온수이기 때문에 합성 이온수보다는
흡수가 좋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 원장은 “영양소로 치면 성분 자체가 당 성분이 많은 설탕물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당뇨 환자가 수액을 많이 마실 경우 오히려 급속한 고(高)혈당이 유발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의사 강용혁씨는 “이 정도의 성분만으로는 고로쇠의 약효를 이야기 할 수 없다”며
“고로쇠가 민간요법으로 흔히 복용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한의학 자료를 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고로쇠 수액은 흡수가 빠른 천연 이온수 정도의 기능을 한다고 할 수 있으며,
특정 약효가 있는 의약품으로 인식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doctor@chosun.com
◈고로쇠 수액이란
고로쇠는 해발 500∼1000m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단풍나무과의 활엽수를 말하는 것으로,
고로쇠 수액은 이 나무 속에 흐르는 물을 말한다.
고로쇠나무가 밤 사이에 흡수했던 물을 낮에 날이 풀리면서 흘려 보내는 것을 뽑아 낸 것이다.
고로쇠 수액의 채취는 산림청의 엄격한 통제를 받기 때문에 아무나 나무에 구멍을 뚫고 채취해서는 안 된다.
채취량은 1일 한 나무에서 0.5∼4ℓ정도이며,
밤에는 기온이 영하로 내려가고 낮에는 기온이 올라가고,
날씨가 맑아야 채취가 가능하다. 채취시기는 매년 우수 무렵부터
시작하여 경칩 전후(2월 중순∼4월 초순)에 절정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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