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거십팔곡〔閒居十八曲〕/ 권호문(權好文)
송암집 독락곡
한거십팔곡〔閒居十八曲〕
[1]
生平애 願니 다 忠孝이로다
이 두 일 말면 禽獸ㅣ나 다라리야
애 고져 야 十載遑遑노라
평생에 원하는 건 다만 충효뿐이네.
이 두 일을 안 하면 짐승과 다르랴?
마음에 하고자 하여 십 년 동안 허둥댔네.
[2]
計校 이터니 功名이 느저셰라
負笈東南야 如恐不及 을
歲月이 물 흘 니 못 이롤가 야라
계교가 이러하여 공명이 늦었네.
동남에서 공부해도 못 미칠까 하는 뜻을
세월이 물 흐르듯 하니 못 이룰까 하노라.
[3]
비록 못 일워두 林泉이 됴니라
無心魚鳥 自閒閒얏니
早晩애 世事 닛고 너 조려 노라
비록 못 이루어도 자연이 좋으니라.
무심한 물고기와 새는 절로 한가하니
조만간 세상일 잊고 널 좇으려 하노라.
[4]
江湖애 노쟈 니 聖主를 리례고
聖主를 셤기쟈 니 所樂애 어긔예라
호온자 岐路애 셔셔 갈 몰라 노라
강호에 놀려 하니 임금을 버리겠고
임금을 섬기려니 즐김에 어긋나네.
나 홀로 기로에 서서 갈 곳 몰라 하노라.
[5]
어지게 이러 그러 이 몸이 엇디 고
行道도 어렵고 隱處도 定티 아냣다
언제야 이 決斷야 從我所樂려뇨
아 이럭저럭 이 몸이 어찌 할까?
도 행함도 어렵고 은거지도 못 정했네.
언제나 이 뜻을 정해 즐기는 것 좇으랴?
[6]
려 려 이 못여라
이 면 至樂이 잇니라
우웁다 엊그제 아니턴 일을 뉘 올타 던고
하려 하려 하였으되 이 뜻을 못하였네.
이 뜻을 행한다면 지락이 있느니라.
우습다! 엊그제 안 하던 일을 누가 옳다 하던가?
[7]
말리 말리 이 일 말기 어렵다
이 일 말면 一身이 閒暇다
어지게 엊그제 던 일이 다 왼 줄 알과라
그만두려 하였으되 이 일 그만두기 어렵다.
이 일을 그만두면 일신이 한가하다.
아, 엊그제 하던 일이 다 그른 줄 알겠네.
[8]
出면 致君澤民 處면 釣月耕雲
明哲君子는 이사 즐기니
며 富貴危機ㅣ라 貧賤居를 오리라
나가서는 치군택민(致君澤民), 물러나선 조월경운(釣月耕雲)
명철한 군자는 이것을 즐기나니
하물며 부귀가 위태하니 빈천하게 살리라.
[9]
靑山이 碧溪臨고 溪上애 煙村이라
草堂 心事를 白鷗들 제 알랴
竹窓靜夜 月明 一張琴이 잇니라
청산이 냇가에 있고 시냇가에 마을이라
초당의 마음을 갈매기인들 제가 알랴?
죽창(竹窓)에 달이 밝은데 거문고가 있구나.
[10]
窮達 浮雲 치 보야 世事 이저두고
好山佳水의 노 을
猿鶴이 내 벋 아니어든 어 분이 아실고
궁달을 뜬구름 같이 보아 세상사를 잊고서
좋은 산과 아름다운 물가에서 노는 뜻을
원학(猿鶴)이 내 벗 아니니 어느 분이 아실까?
[11]
람은 절노 고 은 절노
竹庭松檻애 一點塵도 업니
一張琴 萬軸書 더옥 蕭灑다
바람은 절로 맑고 달은 절로 밝구나.
대 뜰과 솔 난간에 먼지 한 점 없으니
거문고 만 권의 책이 더욱 맑고 깨끗하네.
[12]
霽月이 구룸 고 솔테 아올라
十分淸光이 碧溪中에 빗거
어 인 물 일 며기 나 조차 오다
갠 달이 구름 뚫고 솔 끝에 날아올라
휘영청 맑은 빛이 시냇물에 비치거늘
어디 있던 무리 잃은 갈매기가 나를 좇아오느냐?
[13]
날이 져물거 외야 닐 업서
松關을 닫고 月下애 누어시니
世上애 글 이 一毫末도 업다
날 저물고 거듭하여 할 일이 없어서
솔 사립을 닫은 채 달빛 아래 누우니
세상에 티끌 마음은 한 터럭도 없다네.
[14]
月色溪聲 어섯겨 虛亭의 오나
月色을 眼屬고 溪聲을 耳屬
드며 보며 니 一體淸明야라
달빛과 냇물 소리 뒤섞여 빈 정자로 오거늘
달빛을 눈에 담고 물소리를 귀에 담아
들으며 보며 하니 모든 것이 청명하네.
[15]
酒色 좃쟈 니 騷人의 일 아니고
富貴 求챠 니 디 아니 가
두어라 漁牧이 되오야 寂寞濱애 늘쟈
주색을 좇자 하니 시인의 일 아니고
부귀를 구하려 하니 마음이 가지 않네.
두어라 어부와 목동 되어 적막한 물가에서 늙으리라.
[16]
行藏有道니 리면 구테 구랴
山之南 水之北 병들고 늘근 날를
뉘라셔 懷寶迷邦니 오라 말라 뇨
출처에 도 있으니 버리고 굳이 구하랴?
산 남쪽과 물 북쪽에서 병들고 늙은 나를
그 누가 회보미방(懷寶迷邦)하고 오라 말라 하리오?
[17]
聖賢의 가신 길히 萬古애 가지라
隱커나 見커나 道ㅣ 얻디 다리
一道ㅣ오 다디 아니커니 아 들 엇더리
성현의 가신 길이 만고에 한가지라.
숨거나 나가거나 도가 어찌 다르리?
한 도라 다르지 않으니 아무덴들 어떠하리?
[18]
漁磯예 비 개거 綠苔로 독글 사마
고기 혜이고 낙글 을 어이리
纖月이 銀鉤ㅣ 되여 碧溪心이 겻다
낚시터에 비 개거늘 푸른 이끼 돛을 삼아
물고기를 헤아리며 낚을 뜻을 어이 하리?
초승달 낚싯바늘 되어 푸른 내에 잠겼네.
[19]
江干애 누어셔 江水 보 든
逝者如斯니 百歲 멷 근이료
十年前 塵世一念이 어 녹듯 다
강가에 누워서 강물을 보는 뜻은
가는 것이 저 같으니 백 년인들 어찌 그치랴?
십 년 전 속세 일념이 얼음 녹듯 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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