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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사11수 〔遊仙詞 十一首〕/ 정두경(鄭斗卿)

淸潭 2025. 5. 20. 12:30

유선사11수 〔遊仙詞 十一首〕/ 정두경(鄭斗卿)

동명집 제7 / 오언고시(五言古詩) 40

 

대량으로 들어오는 저 흰 구름은 / 白雲入大梁

창오산의 산속에서 생겨 나오네 / 出自蒼梧山

신선께선 흰 구름의 속에 있으며 / 仙人白雲裡

하늘과 땅 사이 굽어 내려다보네 / 俯視天地間

명예 이익 좇느라고 급급한 자들 / 汲汲名利輩

수레와 말 타고 서로 오고 가누나 / 車馬相往還

누런 고니 사해 밖을 훨훨 날거니 / 黃鵠絶四海

땅 벌레가 어찌 능히 따라잡으랴 / 壤虫焉能攀

 

가을 산에 하얀 이슬 맺혀 있거니 / 秋山有白露

찬 이슬이 사람들의 옷을 적시네 / 露冷沾人衣

선인께서 하늘나라 올라간 뒤로 / 仙人上賓天

천년 만에 한 번씩만 내려오누나 / 千載一來歸

내 묻노니 그는 어떤 사람이런가 / 借問此何人

정영위란 사람 바로 그 아니겠나 / 無乃丁令威

요동성의 성곽 굽어 내려보다가 / 俯視遼東郭

옛사람들 다 죽은 걸 탄식하였네 / 人民嗟已非

 

안기생이 신선 되는 약을 팔으매 / 安期賣仙藥

세상에선 모두 천세공이라 했네 / 世號千歲公

진 시황이 안기생의 이름 듣고서 / 秦皇聞其名

불러다가 함양궁서 만나 보았네 / 見之咸陽宮

누런 황금 수천 냥을 주었지마는 / 黃金千餘萬

팽개치길 진흙과도 같이 하였네 / 棄與泥土同

훌쩍하니 무예 향해 날아갔거니 / 超然入無倪

어디에서 죽었는지 알 수 없었네 / 莫知其所終

다 글러져 다신 만나 볼 수 없는데 / 已矣不可求

창해에는 하늘 바람 많이도 부네 / 滄海多天風

 

곤륜산이 서쪽 끝에 솟아 있거니 / 崑崙在西極

거긴 실로 서왕모가 사는 곳이네 / 實維王母都

산은 높아 이천 리나 솟아 있어서 / 山高二千里

해와 달도 산을 넘어갈 수 없다네 / 日月不能踰

층진 성이 아홉 겹이 솟아 있으며 / 層城起九重

푸른 물이 성 모퉁이 감싸고 도네 / 翠水環城隅

머리카락 온통 하얀 저 서왕모는 / 皬然白其首

머리에다 대승 달고 굴속에 사네 / 戴勝而穴居

뜰 앞에는 이상스런 나무 있는데 / 庭前有奇樹

그 나무엔 주렁주렁 구슬 열렸네 / 厥樹惟玉珠

그 위에는 새들 날아 오고 가는데 / 上有鳥往來

그 새 이름 삼족오라 부른다누나 / 厥鳥三足烏

 

동해에는 신선 사는 산이 있거니 / 東海有仙山

그 산 이름 봉래라고 부른다 하네 / 厥山名蓬萊

황금으로 큰 궁궐을 지어 놓았고 / 黃金爲宮闕

백옥으로 높은 누대 세워 놓았네 / 白玉爲樓臺

큰 바다가 하늘 밖을 두르고 있어 / 大海環天外

비해 바다 마치 일개 술잔 같다네 / 裨海若一杯

바람 파도 개벽할 때부터 쳤는데 / 風濤自開闢

밤낮없이 나는 소리 우레 같다네 / 日夜聲如雷

신인 있어 여섯 기운 위에 타고서 / 神人御六氣

들고 나며 신선 재목 구하였다네 / 出入求仙才

아득하고 아득 높은 승화전에는 / 峨峨承華殿

푸른 새가 날아와서 배회했지만 / 靑鳥來俳佪

한 무제는 내심 욕심 많았거니와 / 武帝內多欲

서왕모가 어찌하여 왔었으리오 / 王母胡來哉

 

한중 신선 흰 사슴을 잡아탔으며 / 韓衆駕白鹿

금고는 또 잉어 등에 올라탔다네 / 琴高騎鯉魚

아침나절 창오산을 출발하여서 / 朝發蒼梧山

저녁에는 의무려산에서 묵었네 / 夕宿醫巫閭

부상에다 나의 고삐 잡아매었고 / 扶桑摠我轡

부주산서 나의 수레 돌리었다네 / 不周回我車

구해 밖의 세계를 다 둘러봤거니 / 歷覽九垓外

그 즐거움 어떠한지 어느 뉘 알랴 / 其樂知何如

 

나부산은 어쩜 그리 높고 멋진가 / 羅浮何峻秀

그 위에는 주명천의 동천이 있네 / 上有朱明天

저 옛날에 바닷물이 언덕 오를 때 / 海水昔襄陵

바다 있던 봉래산이 떠서 왔다네 / 浮來蓬萊山

골짝 깊어 구불구불 오백 리인데 / 洞廻五百里

그 사이에 기수라는 나무 자라네 / 琪樹生其間

신선 사람 바람 이슬 들이마시어 / 神人吸風露

빙설같이 아름다운 얼굴 가졌네 / 綽約氷雪顔

활락도를 몸에 차고 보강을 하며 / 步綱佩豁落

뭇 신선들 앞서거니 뒤서서 가매 / 衆神相後先

범과 이리 겁이 나서 엎드린 채로 / 慴伏虎與狼

흉포한 짓 감히 하질 못하는구나 / 不敢爲凶殘

 

사물 본디 천지 앞서 생겨났는데 / 物有天地先

누가 그걸 이름 붙여 도라고 했나 / 何人字之道

뭇사람들 대몽 속에 빠져 있으며 / 衆人在大夢

부질없이 봉래도에 가길 생각네 / 空憶蓬萊島

검던 머리 어느 사이 희어졌거니 / 綠鬢倏焉衰

어찌 길이 아름다울 수가 있겠나 / 安得長美好

광성자라 하는 신선 홀로 있어서 / 獨有廣成子

천년토록 늙음 오는 줄 모른다네 / 千年不知老

 

다섯 산이 바다 가운데에 있는데 / 五山在海中

본디부터 뿌리박은 데가 없다네 / 本自無根着

장하구나, 열여섯의 커다란 자라 / 壯哉十六鰲

머리 위에 신선산을 이고서 있네 / 頭上戴神岳

아득하고 아득히 큰 바다이거니 / 茫茫大瀛海

바닷물의 물빛 모두 푸른빛이네 / 海水皆蒼色

그 자라를 낚은 사람 그 누구인가 / 釣鰲彼誰子

그 사람은 용백국서 온 사람이네 / 來自龍伯國

자라들이 놀라 수염 부르르 떨자 / 鰲驚奮其鬐

천리 밖서 그 소리가 크게 들렸네 / 千里聲

흰 물결이 다섯 선산 둥둥 띄우자 / 白波蕩五山

그 산 북쪽 끝으로다 흘러갔다네 / 山流北之極

많고 많아 억만이나 되는 신선들 / 仙聖巨億萬

하루아침 살던 집을 옮기게 됐네 / 一朝遷其宅

유랑하는 사람에게 내 말하노니 / 寄語流離子

남쪽 북쪽 떠돈다고 말하지 마라 / 休言客南北

 

신선들은 산택 속에 살고 있으니 / 神仙在山澤

예주궁을 지을 필요 없을 것이리 / 不必蘂珠宮

가끔씩은 티끌세상 속으로 와서 / 有時混塵世

성시 안을 들락날락하기도 하네 / 出入城市中

저 옛날에 대장장이 있었거니와 / 昔有鑄冶師

육안 고을 도안공이 그 사람이네 / 六安陶安公

하늘과 땅 사이에서 풀무질하매 / 橐鑰天地間

붉은 기운 하늘까지 통하였다네 / 紫氣與天通

그 성명이 금간에다 기록이 되매 / 姓名在金簡

때가 되자 적룡 타고 승천하였네 / 時來乘赤龍

 

곡신 본디 죽지 않는 법이거니와 / 谷神本不死

이를 일러 현빈의 문이라고 하네 / 是謂玄牝門

못난 선비 이를 크게 비웃거니와 / 下士大笑之

어느 누가 하늘과 땅 뿌리를 알랴 / 誰知天地根

집 버리고 떠나 오악 다 유람하자 / 棄家遊五岳

달인들과 더불어서 논할 만하네 / 庶與達者論

길 가다가 눈 우묵한 사람을 만나 / 路逢深目士

조아리고 한마디 말 해 달라 하자 / 稽首乞一言

나를 돌아보고 환히 웃음 웃고는 / 顧我粲然笑

팔 저으며 하얀 구름 속으로 가며 / 擧臂入白雲

어린아이 가르칠 만하다고 하며 / 孺子可以敎

곤륜산에 가서 수도하라고 하네 / 去矣修崑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