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밥그릇 챙기기에 중증환자 죽음으로 내모나”
중증질환연합회 규탄 기자회견
“국민에 대한 책임 내팽개친 파업”
휴진에 진료 변경 담당 직원들
“의대 교수들 대신 ‘욕받이’ 돼”
“사정이 생겨 환자가 먼저 진료를 미루면 사실상 진료를 포기해야 할 만큼 힘든 상황입니다. 반면 의사들은 너무 쉽게 휴진을 결정하고 통보합니다. 환자들은 정말 ‘을’이라는 생각이 들어 속상합니다.”(환자 보호자 A 씨)
서울대병원에 이어 다른 ‘빅5’ 병원도 전면 휴진에 동참하면서 ‘패닉’에 빠진 환자와 보호자들이 의업 본질을 외면한 의대 교수들의 행위에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주요 병원 콜센터는 진료 변경과 수술 연기·취소 여부를 문의하려는 환자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 빅5 병원 교수들과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총파업은 가까스로 버티는 비상진료체계를 무너뜨리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췌장암 환자 B 씨는 “6차 항암치료 후 두세 번 검사가 더 필요한데 2주 간격이던 진료가 갑자기 4주로 늦춰졌다”며 “환자들이 왜 계속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식도암 환자 C 씨는 “의료안전망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는 서울대병원이 파업한다면 나 같은 중증환자들은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빅5 병원에 다니는 임신부 중 일부는 이달 중순 이후 출산예정일인 경우 지역 개인병원으로 옮기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에서 집단휴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회는 성명서를 내고 “서울대 의대 교수는 단순 돈벌이하는 일반 직업인이 아니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립대병원 교수”라며 “국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라는 대의를 내팽개치는 어처구니없는 집단휴진을 강행하려는데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중증질환자들이 하루하루 죽음의 공포에서 연명해가던 희망의 끈을 놓아야 할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다”며 “전면 휴진과 맞물려 중증질환자들은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주요 병원 콜센터에는 환자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주요 병원에 예약한 환자들에겐 전날부터 진료 취소 문자가 오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병원 노조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본원의 경우 하루 진료받는 환자 수가 1만 명이 넘는다. 분당서울대병원도 휴진과가 늘어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지난번 휴진 때 환자 2000명 예약을 변경하는데 해결되지 못한 누적 콜 기록이 1만5000건이 넘었던 적도 있다”고 말했다. 간호사 등 병원 내 다른 직역의 불만도 분출하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간호사 E 씨는 “이번 사태 시작부터 지금까지 진료 연기, 진료 상담 등 불안에 떠는 환자들과 피부를 맞대고 소통하는 건 간호사들”이라며 “의대 교수들은 도망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노조 관계자는 “파업 이후로 많게는 5번까지 환자 수술을 옮긴 경우도 있다”며 “이 과정에서 간호사, 원무팀 직원 등 병원 구성원들이 감정노동에 시달리는데 환자에게 (의대 교수 대신) ‘욕받이’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국 40개 의대 교수 단체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는 이날 오후 의협의 전면 휴진 동참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정기총회를 연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도 이날 오후까지 소속 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해 18일 전면 휴진 외 추가로 휴진할지를 결정하기로 했다.
권도경·유민우·김린아·전수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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