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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에 문을 연 서울의 전통 정원을 가다

淸潭 2019. 4. 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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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만에 문을 연 서울의 전통 정원을 가다
▷ 의친왕의 별궁 ‘성락원’ 방문기 이조판서 심상응 별장서 의친왕 별궁으로 심상응 후손이 별장 사들여 대대로 관리 소쇄원·부용동과 함께 3대 전통 정원 북한산의 두 물줄기가 쌍류동천 이뤄 흘러 70% 진행된 복원으로 제모습 찾는 중 “이번 개방으로 전통 정원 가치 알릴 것”

△ 사진: 서울 도심에 남아 있는 한국 전통정원인 성북구 성락원이 23일 일반에게 공개됐다. 관람객들이 이날 오후 성락원을 찾아 연못 ‘영벽지’ 주변을 걸으며 한국 전통정원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박종식 기자

○··· 두꺼운 철제문을 열어젖히자 ‘쌍류동천’이 관람객을 맞았다. 북한산에서 내려오던 두 갈래의 물줄기가 하나로 합쳐진 작은 내다. 19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물줄기는 청계천과 이어졌다. 지금은 하수도로 흘러들고 있다. 물소리를 들으며 걸음을 옮기자 안뜰이 펼쳐졌다.


한국 3대 전통정원 ‘성락원’ 의 위치도.

○···소나무로 촘촘히 싸여 밖에서 보이지 않던 정원이다. ‘일보일경’(한 걸음에 한 경치)이란 말처럼 23일 찾아간 서울 성북구 ‘성락원’(城樂園)은 그 모습을 한번에 다 드러내지 않았다. 성락원은 전남 담양 소쇄원, 완도 보길도 부용동과 함께 한국 3대 전통 정원으로 꼽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동안 시민들에게 공개되지 않았다.


서울 도심에 남아 있는 한국 전통정원인 성락원이 23일 일반에게 공개됐다. 관람객들이 이날 오후 성락원을 찾아 연못 ‘영벽지’ 주변을 걸으며 한국 전통정원의 정취를 즐기고 있다. 박종식 기자

○··· 이날 200여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성락원은 조선 철종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별장이었고, 고종의 아들 의친왕 이강(1877~1955)이 넘겨받아 35년 동안 별궁으로 사용했다. 이강은 고종의 아들 가운데 가장 독립 의지가 강했던 인물이어서 이곳은 일제 때 독립운동의 근거지로도 이용됐다고 알려져 있다.


◇ 연못을 지나 돌계단을 오르면 트였던 풍경은 다시 나무로 막히고, 북한산 계곡물이 쉼 없이 흐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정원 뒤뜰 끄트머리에는 1953년에 지어진 정자 송석정이 푸른 나무들 사이에 편안히 들어서 있었다.<△ 사진:>서울의 대표적인 별장 성락원 건물 가운데 하나인 송석정의 내부. 박종식 기자

○··· 정원 앞뜰과 안뜰은 300년이 넘었다는 아름드리나무가 구분하고 있었다. 안뜰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집채만한 연못이 눈에 들어왔다. 북한산에서 내려온 물이 모여 이룬 연못의 이름은 ‘영벽지’였다. 연못은 바위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바위에는 선인들이 남긴 한시들이 음각돼 있었다.


200년 넘게 베일에 싸여있다 23일 오후 일반인에게 한시적으로 공개된 서울 성북구 성락원(城樂園) 내 송석정. 19세기 들어 철종(재위 1849∼1863)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정원으로 사용됐고, 일본강점기에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이 35년간 별저로 썼다. 이후 심상응의 후손인 고(故)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이 1950년 4월 사들였다.

○··· 추사 김정희가 새겨놓은 ‘장빙가’(고드름이 매달려 있는 집)란 글씨도 또렷했다. 송석정에 오르자 뒤뜰과 안뜰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따금 새 울음소리가 들렸다.성락원’이란 이름에는 ‘한양도성 밖에서 아름다움을 즐기는 정원’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전통적인 한국 정원은 암반·계곡과 같은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사람들 손길을 최소화해 짓는다.성락원은 땅 모양에 따라 앞뜰·안뜰·뒤뜰(전원·내원·후원) 세 공간으로 나뉜다.


△ 사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국내 3대 정원으로 담양 소쇄원(瀟灑園), 완도 보길도 부용동(芙蓉洞)과 성락원을 꼽는다. 관람은 사전예약해야 하며 월·화·토요일 등 주 3회, 하루 7회, 회당 20명씩 이뤄진다. 하루 두 차례는 영어 가이드로 진행한다. 서울/연합뉴스

○··· 성락원의 크기는 약 4360평(1만4404㎡)이다.이곳 첫 주인이었던 심상응의 5대손 고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은 1950년 4월 성락원을 매입해 보존해왔다. ‘성락원’이라는 이름도 심 회장이 지었다. 그 뒤 심 회장의 며느리가 관장으로 있는 한국가구박물관이 성락원을 관리해왔다. 성락원은 1992년 사적 제378호로, 2008년에는 명승 제35호로 지정됐다.


△ 사진: 200년 넘게 베일에 쌓여 있다 한시적 일반인에 공개중인 성밖의 낙원 ''성락원''

○··· 문화재로 지정된 뒤에는 복원 사업을 거쳐 성락원의 본모습을 찾아가는 중이다. 의친왕의 별궁 모습은 사라졌고 별장의 모든 건물은 해방 뒤에 지어졌다. 복원 사업에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모두 27억원이 투입됐고 복원 작업은 70%가량 이뤄졌다.성락원은 서울에 남은 한국 전통정원의 가치를 알린다는 이유로 복원 사업이 끝나기 앞서 시민에게 임시 개방됐다.


△ 사진: 200년 넘게 베일에 쌓여 있다 한시적 일반인에 공개중. 관람객이 둘러보고 있는 '성락원의 송석정'.

○··· 박중선 한국가구박물관 이사는 “한국 전통정원이 갖고 있던 그 모습대로 복원되길 바라는 뜻에서 임시 개방하게 됐다”며 “1970~80년대 개발 과정에서 서울 도심의 많은 한국 정원이 사라졌다. 많은 분들이 이곳을 통해 전통 정원의 가치를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락원은 6월11일까지 임시 개방된다.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으며 주 3일(월·화·토) 20명씩만 관람객을 받는다. 관람료는 1만원이다. 지하철 한성대입구역에서 1.3㎞쯤 떨어져 있다.이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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