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문학/詩,시조

가을편지 / 이해인

淸潭 2018. 9. 30. 12:21


가을 편지/이해인

 1
그 푸른 하늘에
당신을 향해 쓰고 싶은 말들이
오늘은 단풍잎으로 타버립니다
밤새 산을 넘은 바람이
손짓을 하면
나도 잘 익은 과일로
떨어지고 싶읍니다
당신 손 안에
2
호수에 하늘이 뜨면
흐르는 더운 피로
유서처럼 간절한 시를 씁니다
당신의 크신 손이
우주에 불을 놓아
타는 단풍잎
흰 무명옷의 슬픔들을
다림질하는 가을
은총의 베틀 앞에
긴 밤을 밝히며
결 고운 사랑을 짜겠읍니다
3
세월이 흐를수록
드릴 말씀은 없읍니다
옛적부터 타던 사랑
오늘은 빨갛게 익어
터질 듯한 감홍시
참 고마운 아픔이여
4
이름 없이 떠난 이들의
이름 없는 꿈들이
들국화로 피어난 가을 무덤가
흙의 향기에 취해
가만히 눈을 감는 가을
이름 없이 행복한 당신의 내가
가난하게 떨어져 누울 날은
언제입니까
5
감사합니다, 당신이여
호수에 가득 하늘이 차듯
가을엔 새파란 바람이고 싶음을
휘파람 부는 바람이고 싶음을
감사합니다
6
당신 한 분 뵈옵기 위해
수없는 이별을 고하며 걸어온 길
가을은 언제나
이별을 가르치는 친구입니다
이별의 창을 또 하나 열면
가까운 당신
7
가을에 혼자서 바치는
낙엽빛 기도
삶의 전부를 은총이게 하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나의 매일을
기쁨의 은방울로 쩔렁이는 당신
당신을 꼭 만나고 싶읍니다
8
가을엔 들꽃이고 싶읍니다.
말로는 다 못할 사랑에
몸을 떠는 꽃
빈 마음 가득히 하늘을 채워
이웃과 나누면 기도가 되는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파란 들꽃이고 싶읍니다
9
유리처럼 잘 닦인 마음 밖엔
가진 게 없읍니다
이 가을엔 내가
당신을 위해 부서진
진주빛 눈물
당신의 이름 하나 가슴에 꽂고
전부를 드리겠다 약속했읍니다
가까이 다가설수록
손잡기 어려운 이여
나는 이제 당신 앞에
무엇을 해야 합니까
10
이끼 낀 바위처럼
정답고 든든한 나의 사랑이여
당신 이름이 묻어 오는 가을 기슭엔
수 만 개의 흰 국화가 떨고 있읍니다
화려한 슬픔의 꽃술을 달고
하나의 꽃으로 내가 흔들립니다
당신을 위하여
소리없이 소리없이
피었다 지고 싶은
11
누구나 한번은
수의를 준비하는 가을입니다
살아온 날을 고마와하며
떠날 채비에
눈을 씻는 계절
모두에게 용서를 빌고
약속의 땅으로 뛰어가고 싶읍니다
12
낙엽 타는 밤마다
죽음이 향기로운 가을
당신을 위하여
연기로 피는 남은 생애
살펴 주십시오
죽은 이들이 나에게
정다운 말을 건네는
가을엔 당신께 편지를 쓰겠읍니다
살아남은 자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아직은 마지막이 아닌
편지를 쓰겠읍니다


  사랑하는 그리움님들 방긋요~
어느새 9월의 마지막날이내요.

그리움님들~ 한달동안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그동안 애 쓴 노력과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알찬 마무리를 할 수 있길 바랍니다. 9월을 마무리 하며 .. 영롱한 코스모스의 고운 빛깔처럼 환한 미소와 사랑을 님들께 드리고 싶어요..
님들~사랑의 표현을 
아끼거나 망설이지 마세요!
곁에 있는 사람의 마음밭을 일구어
사랑의 씨를 뿌리고 
정성들여 가꾸어 가면서
서로 마주보고 환한 웃음 지을 때
삶의 고단함은 내려놓고
기쁨의 파장을 느끼며
행복을 쌓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 들녘엔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나
살랑이는 바람에 춤을 추며 
어여쁜 자태로 님들을 부르고 있어요.
그리움님...
9월 마무리 잘하시고 
휴일 시간이 허락되면 가까운
야외로 잠시나가 
가을향기 흠뻑 맡으며 
무거운마음 내려놓으시면 좋겠네요.
일교차가 심하니 특별히 감기조심 하시고
모두모두 9월마무리 잘히시고
기쁨과 희망으로 10월 맞이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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