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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책임은? '충격패' 후 두 패장의 말은 달랐다

淸潭 2018. 8. 27. 10:55

감독 책임은? '충격패' 후 두 패장의 말은 달랐다

이상철 입력 2018.08.27. 10:27

         

[매경닷컴 MK스포츠(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상철 기자] 패장이 하고 싶은 말은 별로 없다. 충격적인 패배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해야 할 말은 있다.

한국 야구가 26일 대만에 1-2로 졌다. 프로 선수로 구성된 한국과 달리 대만은 실업 선수가 중심이라 충격은 더욱 컸다.

아시안게임 구기 종목의 충격패는 9일 만이다. 한국 축구도 17일 말레이시아에게 패했다. 스코어도 같은 1-2였다. 2점(2골)을 먼저 내준 후 1점(1골)을 만회했다.
대만전 패배 후 선동열 감독의 발언은 공감을 얻지 못했다. / 김학범 감독은 말레이시아전 패배 후 로테이션 책임을 피하지 않았다. 사진(인도네시아 자카르타)=천정환 기자
야구와 축구는 인기와 관심에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원투펀치’이자 ‘투톱’이다. 좋은 반응이든 싫은 반응이든 가장 많은 응원을 받는 것 또한 사실이다. 다른 종목은 그 응원조차 부러워한다. 아마추어 종목에는 이제 박태환 같은 ‘스타플레이어’가 없으며, 단일팀 이외 이슈는 흥미를 끌지 못하고 있다.

야구와 축구 모두 조 1위 자리를 다투는 경기에서 한 수 아래 팀에게 져 험난한 길을 자처했다.

스포츠에서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 내용상 변명의 여지가 없는 패배였다. 불운과는 거리가 멀다. 그날만큼은 실력으로 졌다. 준비자세도 문제가 있었다. 대승에 도취되거나 상대를 깔봤다. 방심했고 자만했다.

일반적으로 상대가 잘했기 때문에 졌다.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이유다. 하지만 패인도 있기 마련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은 감독이 진다. 그것이 감독의 의무다. 져서는 안 될 경기에 졌을 경우, 감독은 ‘죄인’이 될 수밖에 없다. 축구는 말레이시아전, 야구는 대만에서 망신과 함께 공분을 샀다.

충격패 후 2020 도쿄올림픽까지 계약돼 있는 야구의 선동열 감독과 축구의 김학범 감독은 ‘말’부터 달랐다.

김 감독은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김 감독은 “오늘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내 판단 착오였다. 너무 일찍 로테이션을 사용했다”라고 운을 뗐다. 15일 바레인전 6-0 대승으로 말레이시아전에 여섯 자리를 바꿨다가 ‘화’를 입었다. 그 비판의 화살을 피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김 감독은 “(실전 없이 대회에 참가했는데)선수들이 감각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만 선수들보다 감독이 문제가 있었다”라며 “폭염에 응원한 국민께 죄송하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선동열 감독은 조금 달랐다. 긍정적으로 표현한다면, ‘냉철하게’ 분석했다. 실투로 결승 홈런을 맞은 선발투수 양현종의 높은 제구, 예상 못한 대만 선발투수(우셩펑) 공략 실패, 야수 정면으로 향한 타구의 불운, 쫓기는 선수들의 조급증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선 감독은 김 감독처럼 패장으로서 해야 할 말이 없었다. 감독의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이 없었다. ‘국가대표 감독’으로서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다. 가뜩이나 대회 전부터 선동열 감독의 말 때문에 말이 많은 야구 대표팀이지 않은가.

한 번의 패배로 끝은 아니다. 만회할 기회가 있으며, 목표한 금메달을 딸 길은 열려있다. 그렇지만 최종 결과만 좋으면 그만은 아닐 터다. ‘공감’을 계속 얻지 못하고 있는 현 주소를 직시해야 한다. rok1954@maekyung.com